◎중량급 특사 급파… 다각 접근/긴급 복구보다 장기적·대형사업 수주에 신경/이집트·시리아와 외교관계 수립도 적극추진걸프전은 끝났지만 중동지역에서의 전후 이해를 둘러싼 세계 각국의 치열한 외교전은 이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 지역정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없지만 중동의 정세변화에 무관할 수는 없는 게 엄연한 현실.
때문에 정부는 외교적 대응방안 마련에 벌써부터 부심하고 있다.
정부는 걸프전 종결 후에 대비한 각종 대응시나리오를 지상전이 발발한 지난 1월 중순부터 이미 준비해왔다.
정부가 가장 큰 관심을 갖는 부문은 이 지역의 정세변화와 우리의 전후 복구 참여문제.
중동지역 정세변화는 향후 이 지역의 평화구도가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중동국가들과 우리나라의 양자관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갖는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이 지역정세에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 오히려 중동지역의 복잡한 민족적·정치적 특성이 우리의 외교적 운신을 매우 어렵게만 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 지역의 세력재편과 지역안보체제 수립,팔레스타인문제 해결방향 등을 예의주시하면서 조심스럽게 균형외교를 펴나가다는 방침을 우선적으로 세우고 있다.
정부가 보다 큰 관심을 갖는 부문은 역시 전후 복구사업 참여라는 현실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구체적인 사업수주는 민간기업차원에서 이뤄지겠지만 민간기업의 활발한 수주활동을 위한 분위기 조성은 정부차원에서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하고 있다. 특히 도로,전기,통신 등 긴급복구 외에 각종 산업시설 및 대규모 건설공사 등 장기적인 복구·부흥계획에의 참여에 신경을 쓰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두 가지 측면에서의 능동적 외교대응을 위해 종전 직전부터 비교적 기민하게 움직여왔다.
정부는 지난 23일 소병용 주쿠웨이트 대사를 쿠웨이트 망명정부가 있는 사우디 타이프지역에 급파,쿠웨이트 고위인사들과 접촉토록 하는 한편 다음날인 24일 전후 복구사업 참여가능성 등을 파악키 위한 정부조사단을 사우디와 이집트 등에 파견했다. 소 대사와 정부조사단 단장인 이기주 외무부 제2차관보는 이들 중동국가 외무장관들과의 접촉을 통해 전후 복구사업 참여에 대한 협조약속을 받아내는 등 발빠른 행보에 걸맞는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쿠웨이트와 사우디에 비중있는 인사를 특사로 보내 이들 국가와의 유대를 더욱 다진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영국 프랑스 등 다국적군의 주요 구성국에 대통령 명의의 친전을 보내 중동지역에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한 우방들과의 관계도 돈독히 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주쿠웨이트 대사관의 업무를 조속히 재개한다는 방침 아래 사우디의 소 대사에게 복귀를 지시해놓았다.
정부는 특히 주쿠웨이트 대사관 복귀가 공관폐쇄 후의 재개설이 아니라 업무 잠정 중단 후의 재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략 이후 공관을 폐쇄하라는 이라크의 요구를 거부하다 단전·단수조치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업무를 중단했다는 사실을 애써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걸프전을 계기로 이집트 시리아 등 이 지역 미수교국가와의 외교관계 수립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우리측이 재정지원을 한 이들 국가에 대해 지나치게 수교문제를 제기할 경우 오히려 역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이처럼 중동지역에 대한 적극적인 외교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이번 걸프전을 사실상 주도한 미국과의 조율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이정빈 외무부1차관보를 6일 미국에 파견해 국무부와 국방부,미 국가안보회의 고위인사들과 잇단 접촉을 갖게 할 예정이다. 또한 오는 4월말께로 예정됐던 이상옥 외무장관의 방미계획을 3월중으로 앞당기는 문제도 검토중이다.
미국은 이번 걸프전 동안 우리측이 제공한 각종 지원과 지지입장 발표 등에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특히 종전 직전 우리측에 중동부흥개발은행 출자까지를 요청해온 것으로 전해져 중동복구사업에 대한 일정부분의 참여는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부는 대중동 외교와는 별도로 걸프전과 관련한 우리측의 각종 지원약속에 대해서도 미국 등과의 협의를 거쳐 충실히 이행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특히 미국에 대한 현금 및 수송,군수물자 등 2억8천만달러 상당의 추가재정 지원은 빠른 시일내에 이행을 완료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그러나 걸프전의 종결로 중동특수가 일어날 것을 희망하는 일반국민의 성급한 기대에 다소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우리의 경제여건 변화로 70년대와 같은 중동붐을 기대하기가 어려운데다 복구사업에 대한 과도한 관심표시는 친구가 어려울 때 금전만 챙기는 「경제동물」로 인식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정광철 기자>정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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