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특수에 대한 기대가 솟아오르고 있다. 정부,기업,국민 등 모두가 한몫 톡톡히 차지하자는 열기로 똘똘 뭉쳐 있다. 한국적인 활력이 중동특수에서 다시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 이번 중동특수는 규모와 성격 등 특성을 아직 알 수 없다. 이제 탐색을 시작하는 단계다. 과거의 해외붐 때와 마찬가지로 불필요하게 너무나 일찍이 내실이 뒷받침되지 않는 허한 열기가 일어나지 않나 하는 우려가 앞선다. 70년대와 같이 정부의 맹목적인 독전과 지원 아래 건설이란 이름자를 붙인 기업은 모두가 허겁지겁 중동으로 쇄도,물불을 가리지 않고 수주전을 벌였던 광란이 재연돼서는 안 될 것이다. 당시는 우리가 중동을 너무나 몰랐다.중동의 왕자나 장관이라고 하면 서로 돈보따리를 안기면서 혈전을 벌였고 과대한 커미션의 지불이나 사업 타당성을 외면한 무리한 공사로 수익을 잠식 당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때로는 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 등 공사발주국 관련기관의 고의적인 까다로운 준공검사나 준공검사의 지연으로 막대한 손실을 보기도 했다. 중동건설로 일어선 업체도 있으나 파산한 업체도 적지 않았다. 당시 오일·쇼크의 충격을 중동 건설진출로 극복하려던 정부는 이들 업체에 대한 금융지원이 관대했다. 공사가 도중하차하는 경우 특혜적 금융을 제공,우리나라의 타업체로 하여금 매듭짓게 했다. 중동특수를 반영,증시도 뜨거웠다. 공사를 땄다고 하면 그 기업주식은 상종가의 퍼레이드에 참여했다.
나라가 온통 투기의 복마전이 됐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중동특수의 냉각은 국민경제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부실해외건설업체 정리를 위해 정부는 기존이자의 유예와 신규자금 제공 등 4천6백억원을 지원했고 한은은 시중은행의 자금압박을 덜어주기 위해 1조7천억원을 특별융자했다. 이번에 기대되는 중동특수는 쿠웨이트의 재건사업이 우선은 중핵이다. 그 규모는 6백억달러에서 5천억달러에 이르기까지 시각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 등 다국적군에 의해 기간산업과 사회간접자본이 완파된 이라크는 전전 수준으로의 복구에 2천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후세인의 정치운명이 미궁이고 또한 무일푼이다. 쿠웨이트의 셰이크·사바 외무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타이프에서 내방한 소병용 주쿠웨이트 대사에게 한국 기업들이 전후 복구사업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하고 중단된 공사를 조속히 재개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한국의 쿠웨이트 전후 복구공사 참여에는 미·영 등의 하청과 직접적인 응찰 등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복구사업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토목과 건축사업에는 경쟁력이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과당경쟁풍조는 상당히 시정됐다고 한다. 이들은 국내의 건설붐 등으로 인건비가 높은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업체가 그들의 의도대로 공사를 밀고 나가려면 소요인력의 20퍼센트는 한국인 근로자로 채워야 하는데 이것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라크의 경우는 재원부족으로 시공자 금융의 요구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중동취업의 인센티브로 병역대체,아파트 당첨 우선권 부여 등 여러 가지 혜택을 검토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는 예측되는 변수들을 감안,포괄적인 종합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데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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