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쟁의 종결로 국제사회는 바야흐로 새로운 질서확립과 세력판도의 조정기로 접어들었으며 경제적 여건의 변동에 따른 각국의 움직임도 날로 활발해지고 있다.미국을 위시한 EC·일본 등 선진국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개도국들까지 이른바 신3저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수립에 온국력을 경주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한 새로운 움직임 속에 유독 무감각한 것이 우리나라의 정치현실이요 정치인들의 감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새 걸프전 때문에 뒷전으로 밀려 있던 국내정치가 다시 표면화하면서 구태의연한 말씨름과 서로 양보없는 여야의 고집이 되풀이되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러한 정치인들의 영일없는 다툼에 이제 진저리가 나고 정나미가 떨어져 있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심정일 것 같다. 수서사건에 대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지자제문제를 들고 나온 것까지는 우리도 이해를 한다. 악화된 국민감정을 누그러뜨리는 방법으로 보다 철저한 수사 대신 다른 관심거리를 제공키로 한 정치권의 판단을 꼭 옳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일단 그런 판단 아래 지자제선거를 추진키로 했다면 제발 말썽이나 덜 나게 추진해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것을 고질화한 정치권의 치부부터 선보이고 있으니 딱하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당이 어떤 사안을 두고 서로 당리당략을 내세우는 것은 정당정치에서 흔히 있는 일이긴 하다. 그러나 지자제문제를 철두철미 당리당략에 맞추어 정치적 이용물로 삼으려는 데 대해서는 국민으로서 거부감을 아니 느낄 수가 없다. 분리선거다 동시선거다 하고 우기는 거나 유세 종류와 횟수를 가지고 설전을 벌이는 것이 여야의 당리당략을 떠나서까지도 그렇게나 중대한 사항이 될 수 있는 문제인지 여야 모두가 가슴에 손을 놓고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조금이라도 자기 편한테 유리하게 선거를 전개시키기 위해서,아니면 어떻게 해서든 상대방을 궁지로 몰아넣기 위한 목적으로 지자제선거법의 개정방향과 선거방법을 서로 양보하지 못하고 고집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누가 감히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겠는가.
새롭게 변해가는 국제정세에 적절히 호응하고 저유가·저금리·저환율의 호재를 최대한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정치권은 지금 당장 정상적인 자세를 되찾아주어야 하겠다. 날로 상승하는 물가를 가라앉히고 임금문제를 둘러싼 노사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도 정치권은 당리당략만을 앞세운 정쟁을 중단해주어야 하겠다. 범죄와의 전쟁선포에도 불구하고 줄어들지 않는 범죄를 조속히 잡음으로써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도 정치권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정치의 안정없는 경제적 안정이나 사회적 안정은 기대할 수 없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