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이 끝났다.이제 많은 사람들은 그간 TV화면이나 신문들이 걸프전에 관해 미국의 공습 만큼이나 「무차별적」으로 쏟아낸 정보를 근거로 나름대로 얘기한다. 그러나 우리가 보고 들은 걸프전에 관한 갖가지 정보들이 과연 얼마나 진실에 접근한 것인가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군과 적군으로 명백히 나눠지는 전쟁이란 극한 상황에서 정보의 산출지인 전쟁 당사자들로부터 발표되고 흘러나오는 많은 정보와 주장은 근본적으로 신뢰할 만한 것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양적대진영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신의 전략·전술에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정보를 마음대로 요리하고 거짓말도 밥먹듯 한다.
미국은 마치 이라크가 막강한 군사력을 지니고 상당한 저항력을 갖고 있는 것처럼 정보를 흘려왔으나 손들고 줄지어 투항하는 이라크군 모습에서 그 같은 주장은 과장된 것이었음이 입증되고 있다.
미국은 정말 이라크군이 그렇게 형편없는 군대라는 사실을 몰랐을까.
미국이 국제적인 지지를 획득하고 이에 힘입어 이라크에 무지막지하게 군사적 타격을 가하기 위해 많은 사실을 숨겼을 것이라는 가설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사담·후세인이 연일 다국적 공군기를 수십 대,수백 대씩 격추했다고 한 주장은 어디로 가고 처참하게 항복하고 말았는가.
모든 정보의 흐름을 서방언론기관들이 거의 독점하다시피한 상황에서 한국 언론기관들이 현지에 특파원을 파견했다고 하지만 정확한 정보를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번 「정보전쟁」에 있어서도 월남전의 한 교훈이 떠오른다.
사이공 함락 당시의 『베트콩이 탈출하지 못한 미국인들을 학살하고 한국인의 코를 실로 꿰어 끌고 다닌다』는 AP 등 서방통신의 끔찍한 보도내용에 우리는 얼마나 놀랐던가. 그러나 후에 그 같은 보도는 사실이 아님이 판명됐다.
이번 걸프전에서도 쿠웨이트 망명정부소식통을 인용,『이라크 군인들이 쿠웨이트인들을 학살하고 심지어 시체를 절단했다』고 보도됐으나 해방된 쿠웨이트에서는 그 같은 사실의 목격자도 없었고 쿠웨이트인 시체도 발견되지 않았다. 모두 거짓말이었다. 『전쟁에 있어서 최대의 희생자는 진실』이라고 갈파한 영국의 명재상 처칠의 말이 새삼스럽게 들린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