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국 버린 이웃 아랍국에 짙은 배신감/전선 나간 가족 무사귀환만 애타게 기원『패전국의 수도 바그다드에 조용한 분노가 일고 있다. 우울한 표정의 시민들,멍한 눈망울들,휴전의 안도감도,잠시뿐 바그다드 거리 곳곳에는 형용할 수 없는 비통함이 진하게 배어 있다.
바그다드의 시민들은 왜 분노하는가. 형제국가를 버렸던 이웃 아랍국가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다. 그들은 또 왜 비통해 하는가. 다국적군의 폭격에 너무나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걸프전쟁에서 줄곧 이라크를 지지해온 요르단의 영자신문 요르단 타임스는 1일 종전 직후의 바그다드 표정을 현지특파원 보고를 통해 이 같이 전하고 있다. 이 신문의 팔레스타인계 여기자인 라미스·아도니 기자가 르포한 패전 후의 바그다드 표정을 요약한다.
<바그다드는 슬픈 도시이다. 종전소식에 대한 환희의 총성이 멎은 지금 바그다드는 바깥세계와는 완전히 고립된 느낌이다. 바그다드 시민들은 그들이 사랑하고 증오하던 모든 것들로부터 고립돼 있는 느낌이다.< p>바그다드는>
전쟁기간중 숨져간 숱한 장병들과 민간인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옥상에 걸어 놓은 대형의 흑색 깃발들이 인근 회교사원을 덮고 있는 황금빛 지붕색깔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카지메가에서 청과상을 경영하는 한 상인은 『군에 간 자식들이 무사이 살아오기만을 기다릴 뿐』이라며 한숨을 내쉰다. 미모의 25세 처녀 마하양도 『전선에 나가 있는 남동생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힌다.
그러나 전선에 나간 가족들의 무사귀환을 기도하는 이들 바그다드 시민들의 감정은 일순간에 좌절감과 분노감으로 폭발하기도 한다. 이제 더 이상 다국적군의 폭격이라는 악몽에 시달리지 않게 돼 다행이지만 형제국에 등을 돌리고 다국적군 편에 섰던 아랍의 이웃들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을까.
바그다드의 거리에는 조용한 분노가 일고 있다. 그리고 이 분노는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분출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이 같은 사실을 익히 알고 있는 이라크정부는 지난 2주일 동안 국민들의 내재된 불만을 무마하는 데 최우선적인 관심을 돌리고 있다.
바그다드 라디오방송은 이라크국민들은 종전 이후에도 이라크 사담·후세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단결해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전쟁은 제3세계 국가가 (강대국들에 대해) 얼마나 강건하게 맞서 싸울 수 있는가를 보여준 쾌거였으며 바로 이 때문에 이라크국민들은 사담·후세인을 중심으로 뭉쳐 있는 것이다』
야세르·이스마일 이라는 한 대학졸업생도 『이라크가 그 엄청난 공습에도 불구하고 30여 개 국에 맞서 40여 일간을 버텨온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암만=이상석 특파원>암만=이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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