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가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지자제를 하자는건지 말자는건지 알 수가 없다. 6공이 들어선지도 벌써 4년째 접어들고 있고 여야가 실시시기를 합의한 것도 여러 차례인데 아직도 미궁을 헤매고 있으니 말이다.정당에 따라 저마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계산에서 기초와 광역선거를 함께하느냐 따로 하느냐로 엇갈려 있고 시기도 3월이냐 5∼6월이냐로 갈라져 있는 모습이 글자 그대로 난맥상이다. 여당에서는 파벌간의 이견으로 당론조차 정리되지 않고 이랬다 저랬다 하는 판이다.
원인을 캐보면 두말할 것도 없이 너무 당략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당략이라는 것도 일정치 않아 수시로 변하는 시국에 따라 당략을 자주 바꾸다 보니 이리저리 얽히고 설켜 어지럽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최근의 경우만 보더라도 여야는 수서사건이나 의원뇌물사건 그리고 걸프전에 이르기까지 쉴새없이 터진 여러 이슈들이 지방선거서 자기당에 어떻게 작용할까하고 요모조모로 저울질하느라 분주하게 머리를 굴리고 있다.
민자당은 실무준비상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는 정부측의 호소를 묵살하면서까지 여야가 합의한 「기초와 광역의 동시 실시」를 결정했다가 며칠 전 기초단체만 3월에 실시한다고 방침을 바꿨다.
수서의혹을 하루빨리 잠재우기 위해서는 지자제 쪽으로 급선회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계산했던 듯하다. 그러나 그 계산도 잘못되었던지 하룻밤 사이에 「3월 분리실시」 방침은 유보되고 말았다. 민자당이 여야합의를 무시하고 일방 강행할 경우 야당의 거센 반발로 수서사건이 진정되기는커녕 반대로 더 커질 우려가 있다는 새로운 계산이 나왔기 때문이다. 수서사건과 지방선거와 당리당략을 저울질하는 민자당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당리당략을 계산하는 것은 여당뿐 아니라 야당도 마찬가지이다. 평민당은 지방조직도 정비점검할 시간적 여유를 갖고 사회적인 분위기도 야당에 유리하게 돌아갈 수 있는 시점으로 5∼6월을 잡아 기초와 광역선거를 동시에 하자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아주 급하다. 기초와 광역을 한꺼번에 3월에 실시하자는 것이다. 뇌물외유사건이나 수서스캔들이 민자당뿐 아니라 평민당에도 관련되기 때문에 그 이슈들이 식기 전에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양당에 대한 총공세를 퍼붓자는 계산이다.
이처럼 3당3안을 훑어보면 「기초만 3월 실시」라는 민자당의 분리안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더구나 앞서 지적한 당략 말고도 기초만 일단 실시하고 광역은 무기한 유보하려는 저의가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3월 동시선거」는 현실적으로 물리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운 성급한 주장같다. 이렇게 보면 평민당의 「5∼6월 동시선거」가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명분을 지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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