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품목·금액 리스트 작성/이라크도 「민간인 희생」 국제법 제소태세/후세인 전범처리는 “반미감정 자극” 신중걸프전쟁의 정전에 따라 전쟁의 책임과 피해에 대한 이라크의 전쟁배상 및 전범처리 문제 등이 본격 거론되고 있다.
이라크는 이미 쿠웨이트와 제3국이 당한 전쟁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보상해야 할 책임이 이라크게 있음을 규정하고 이라크군의 인권침해 사례에 대한 증거수집을 각국에 요청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제674호(90년 10월29일)의 수락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라크는 이미 7백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외채를 지고 있는 데다 이번 전쟁으로 2천억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 따라서 이라크에 대한 전후 처리과정은 완전히 쑥밭이 된 패전국을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가를 보여 주는 하나의 「모범답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에 배상청구를 계획하고 있는 나라는 이번 전쟁으로 9백50개 유정 중 6백여 개가 파괴되는 등 모두 6백억달러 이상의 직접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진 쿠웨이트를 비롯,다국적군 참가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사우디 및 39차례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터키와 요르단 등이 있다. 이들 국가들은 이미 배상품목과 액수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밖에도 전쟁으로 인해 쿠웨이트 및 이라크와의 투자나 계약 등을 취소했던 각국 기업들과 쿠웨이트로부터 피란했던 노동자들로부터도 피해보상 요구가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추산된 이라크의 전후 배상금 규모는 약 1천억달러 정도이며 민간인 피해까지 합하면 5천억달러까지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맞서 이라크도 이번 전쟁으로 인한 피해보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는 특히 민간목표물에 대한 다국적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민간인이 대량 살상당한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 제678호(90년 11월29일)와 제네바협약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이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는 이와 함께 다국적군의 공습과 폭격으로 파괴된 산업시설로 인한 단전·단수와 이에 따른 전염병 만연 등 민간피해 등을 국제법상의 과잉공격으로 인한 피해로 규정하고 있다.
요르단정부는 26일 각의를 열어 쿠웨이트로부터 이라크군의 철수를 위한 다국적군의 공격이 과잉행위로서 유엔 결의의 범위를 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와는 별도로 전쟁범죄자에 대한 처벌문제도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다. 이는 사담·후세인 대통령을 비롯한 이라크군 핵심 간부들을 전범으로 체포,군사법정에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이라크가 ▲주권국가인 쿠웨이트를 침범했으며 ▲전쟁포로 및 점령 쿠웨이트인들을 학대한 데 반해 다국적군은 쿠웨이트 해방을 위해 무력행사를 포함한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이행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세계는 2차대전 후 뉘른베르크 법정과 동경 국제군사재판소에서 전범들을 개인적으로 「평화에 대한 죄」 「인도에 대한 죄」 등을 적용해 처벌한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 또 유엔의 국제법위원회는 지난 51년 「인류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범죄법안」을 채택,전범자들을 국제재판소에서 처벌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전범으로 체포할 경우 그를 지지하는 이라크인 등 아랍인들과 아랍의 반미감정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커 미국으로서는 신중을 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어떻든 걸프전이 끝남에 따라 앞으로 수개월 동안은 각종 피해보상 소송이 홍수를 이룰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유엔 안보리가 배상금의 규모결정과 모금 및 수혜자 결정에 관여하는 등 모든 처리문제를 담당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라크는 세계 제2위의 석유매장국이지만 각종 석유관련시설이 거의 파괴된 상태여서 피해보상요구 규모가 너무 지나칠 경우 장기적으로 이 지역 안정을 해쳐 또 다른 분쟁이 야기되거나 제1차대전 후 독일처럼 또 다른 독재자가 출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역기능이 초래될 위험성이 있다.
그래서 제임스·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최근 『전후처리 과정은 「원수갚기」 차원에서 진행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전후 이라크에 대한 처리는 다음주에 있을 베이커 국무장관의 중동순방에서 어느 정도 구체화될 전망이며 이에 따라 미국의 새로운 중동질서 구상의 윤곽도 차츰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이상호 기자>이상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