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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돈과 기업/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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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돈과 기업/박무 경제부차장(메아리)

입력
1991.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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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이 정치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부인을 하고 싶어도 부인이 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정치인들이 돈벌이를 할 수 없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정치가 돈벌이 수단이 되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누구나 말하고 있다. 양립할 수 없는 이 두 개의 서로 모순된 현실이 혼재된 상태로 아무 말썽 없이 태연하게 굴러가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돈벌 방법은 없고 정치는 해야 하고…. 평생 동안 정치만 해 온 직업적 정치인들이 어떻게 그런 모순을 극복해 왔는지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자선사업가나 돈이 남아도는 사람들,평생 놀고 먹으면서 돈을 펑펑 써대도 재산이 축나지 않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아니면 정치를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는 얘기다. 『정치가 돈벌이가 될 수 없다』는 게 사실이라면 이런 자선사업가나 돈이 남아도는 사람들이 아닌 모든 정치인들은 정치를 할 수 없었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돈 없다』는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정치를 하고 있고 『정치가 돈벌이 수단이 될 수 없다』면서도 정치활동을 통해 돈을 끌어모아 선거자금도 하고 정치자금으로도 쓰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정치와 돈,정치활동과 돈벌이의 관계가 정상화되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의 근원적인 부패구조가 청산될 수 없다. 정치와 돈의 관계정립을 올바르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고 직시하는 데서부터 일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돈 없이 정치를 할 수 없다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정치인들이 돈벌이 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는 현실도 그대로 수용을 한 뒤에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돈벌이」가 아닌 「자금조달」을 할 수 있게 되려면 구체적인 반대급부가 기대될 수 있는 사적 조달이 아니라 공적인 조달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부패구조 청산과 정치정화를 위해서 재계의 역할이 기대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민주주의 체제를 지지하고 그 이익을 향유하고 있다면 아무 조건없이,사적 이익의 반대급부를 기대하지 말고 「최소한」의 정치자금을 체제유지비로 내놓아야 한다. 그 「최소한」이란 것은 정치인들이 개인적으로 「돈벌이」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도 될 만한 수준이 돼야 할 것이고 그 돈은 조건이 없는 공적인 것이 돼야 할 것이다.

재계가 이 일을 해 낸다면 과거에 종종 있었던 물리적인 「싹쓸이」보다 더 효과적인 정치정화와 함께 우리 사회 부패구조의 근본적 청산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재계가 사적 이익의 반대급부가 없다 해서 이 일에 나서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직접 나서서 정치세 같은 걸 걷어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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