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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OPEC/최대위기 전망

입력
1991.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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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등 발언권 강화노려 통제력 약화 확실/복구비 석유 증산에만 의존… 유가도 떨어져/내달 시장감시위 회의… 사우디 중심 재편될듯이라크의 패배로 끝날 걸프전은 유가와 유가를 움직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파워구조에도 큰 변화를 줄 것이 확실하다.

걸프지역은 종전 후에도 세계 원유의 주요 공급처가 될 뿐더러 세계최대의 석유카르텔인 OPEC의 향후 위상은 유가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가는 현재의 상황으로 미루어보아 앞으로 최소한 상승세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 전망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어 OPEC의 장래가 더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그 이유는 이번 전쟁이 OPEC내의 양대세력인 사우디와 이라크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전쟁에는 미국 등 세계 주요 석유소비국들이 직·간접적으로 깊숙이 관련되어 있어 OPEC가 걸프전 이전의 메커니즘을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OPEC가 카르텔로서의 생명을 유지하려면 최소한 원유가격 결정에 있어 어느 정도 통제력을 가져야만 한다. 그러나 종전 후 OPEC가 이같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선 현재의 석유과잉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뿐 아니라 수요는 정체 내지는 감소추세를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OPEC의 원유생산량은 이라크와 쿠웨이트산을 제외한 11개국이 하루평균 2천3백60만배럴 정도로 지난해 7월 OPEC가 설정한 상한선인 2천2백50만배럴을 크게 넘어서고 있다. 여기에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전후복구비가 1천5백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보여 이들 국가가 복구재원조달을 석유증산에 의존할 경우 석유공급량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반면 석유수요는 여름을 앞두고 비수기인 데다 각국의 풍부한 비축량,미국 등 선진국 경제의 침체상태 계속 등으로 제자리 걸음에 멈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월 셋째 주일의 OPEC 평균유가는 배럴당 16.64달러로 OPEC의 공시가격인 21달러를 크게 밑돌고 있는데 종전 후에는 15달러 선에 머물 것이란 분석도 꽤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정치적인 측면이다. 미국 등 다국적군 참여국들은 당연히 전쟁의 대가로 중동석유에 대한 발언권을 가지려 할 것이고 OPEC는 이에 대해 뚜렷한 저항을 하기가 힘들 것이다.

이럴 경우 『유가는 반드시 경제법칙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치적인 고려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야마니 전 사우디 석유장관의 말처럼 OPEC의 공시가격은 OPEC 회원국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른 차원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점을 충분히 알고 있는 OPEC의 비중동권 6개 회원국 석유장관들은 지난 25일 빈에서 비공식회담을 갖고 종전 이후 유가폭락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으나 대량 산유국인 사우디 등이 참가하지 않아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오는 3월11일 13개 전회원국이 참가하는 OPEC 시장감시위원회 회의가 OPEC 30년 역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회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 안정을 위한 원유생산쿼타량과 공시가격 조정 등 핵심사항을 다룰 이 회의가 어떤 결론을 맺느냐에 따라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OPEC가 재생하느냐,아니면 사실상 해체되느냐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OPEC가 새로운 힘의 구조를 가지면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이번 전쟁으로 입지가 더욱 강화된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등 온건파(수량파)가 이라크 리비아 등 강경파(가격파)를 압도하는 새로운 면모를 보일 것이란 예상이다.

이 경우 미국 등 서방선진국은 사우디의 「대부」로서 OPEC의 의사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는데,그 영향력의 정도는 OPEC국가들의 결속력에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설명은 미국 등이 이번 전쟁을 수행한 목적 중의 하나가 중동의 석유지배와 막대한 석유판매대금을 기반으로 한 국제금융시장의 지배에 있다는 점으로 어느 정도 뒷받침되고 있다.<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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