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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인 “걸프전 최대희생자” 고립감/이라크 철군에 불안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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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인 “걸프전 최대희생자” 고립감/이라크 철군에 불안 고조

입력
1991.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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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후 정치·경제보복 우려/“팔 문제 해결 더 요원” 절망도/일부에선 “후세인이 우리를 이용했다” 비난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철군발표로 이번 걸프전에서 이라크의 패배가 분명해지자 그를 열광적으로 지지해온 팔레스타인인 사이에서는 종전 후 그들이 당할 불이익에 대한 불안감이 급속히 고조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다국적군측이 전쟁에서 승리할 경우 자신들에게 후세인을 지지한 데 대한 정치·경제적 보복조치를 가해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문제 해결도 더욱 요원해질 것으로 믿고 있다.

이같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절망감은 26일 후세인의 철군발표에 대한 반응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대부분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라크의 철군발표를 좀처럼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할 만큼 충격을 나타내고 있다. 요르단 수도 암만에 거주하는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은 직접 후세인의 철군발표를 듣고도 외국보도진을 붙잡고 새삼 확인하려 했으며 일부 여인들은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도 적지 않았다.

칼리드·투파하라는 한 팔레스타인 청년은 『철군발표를 믿을 수 없다. 누군가 후세인의 목소리를 위장해서 발표한 것』이라며 철군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일부 팔레스타인인들은 후세인에 대한 기대가 분노로 바뀌어 그를 「배신자」로 격렬히 비난하는 경우도 있었다. 잘랄·바요드라는 한 상인은 『우리는 후세인이 잃어버린 우리의 자존심을 되찾아줄 것으로 믿고 지지했다. 그러나 그는 한순간에 마음을 바꾸었다. 그는 다른 아랍 지도자들처럼 우리를 이용했을 뿐이다』라고 비난했다. 암만에서 팔레스타인인이 후세인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이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은 후세인의 입장을 지지하고 철군결정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해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여행알선업을 하는 아르위시·아와이다씨는 『후세인의 지원으로 조만간 이스라엘에 빼앗긴 땅을 되찾을 것으로 믿어왔다』며 『그러나 후세인이 초강대국인 미국을 비롯한 30여 개 국과 맞서 싸워 이길 수는 없는 것』이라며 철군을 옹호했다.

이같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반응은 앞으로 당할 불이익에 대한 불안감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이들은 특히 걸프사태 이전에 40만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살고 있었던 쿠웨이트에서 알·사바 왕정이 복귀할 경우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엄청난 보복조치를 취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쿠웨이트에서 빠져나오는 팔레스타인인들이 크게 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도 보복행위 자제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었다.

물리적 보복행위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은 주요 자금원이었던 걸프 왕정국가들의 지원이 끊기고 이들 국가에서 취업도 어려워져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 PLO 관리는 걸프사태로 팔레스타인인들이 입은 경제적 피해는 쿠웨이트에서만 1백10만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 팔레스타인인의 대표기구인 PLO도 이번 걸프사태로 매년 1억달러에 이르던 걸프왕정국가들의 지원이 중단된 데다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 등 이스라엘 점령지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내던 세금도 걸프전 후 점령지에 내려진 엄격한 통금조치로 상업활동이 마비되는 바람에 대폭 감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피해와 함께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장 심각하게 우려하는 것은 향후 팔레스타인문제 해결의 향방이다. 서방에서는 미국이 걸프전에서 승리할 경우 전쟁으로 악화된 아랍의 반미 감정을 무마하기 위해 팔레스타인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 개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팔레스타인인들도 걸프전으로 그들 문제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고조된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나 그 결과에 대해서는 극히 회의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심지어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 중에는 전쟁이 미국의 승리로 끝날 경우 이스라엘이 자신들을 점령지에서 몰아낼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이같은 비현실적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이스라엘 당국으로부터 끊임없는 탄압과 박해를 받아왔기 때문이지만 이번 전쟁중 이츠하크·샤미르 이스라엘 총리가 평소 팔레스타인인 추방을 강력히 주장해온 한 극우파 의원을 무임소장관에 임명한 사실에서도 기인한 것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의 판단처럼 걸프전 이후 팔레스타인문제 해결전망은 결코 밝지 않을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앞으로의 팔레스타인문제 협상과정에서 PLO를 완전 배제시킨다는 기본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점령지에 살고 있는 온건 팔레스타인 지도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제한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이같은 태도는 처음부터 팔레스타인인들의 반발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걸프전의 최대 희생자는 팔레스타인인들이라는 그들의 고립감은 점차 현실로 드러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암만=배정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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