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석유위기」 우려로 그쳐/내수 위축·수출등 20억불 손실/「신3저」 호황 기대는 아직 무리/절약분위기 지속이 열쇠… 전화위복 계기로걸프전쟁이 드디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8월초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시작된 걸프사태가 결국 7개월여 만에 종결되는 셈이다. 걸프사태는 그 동안 세계 정치질서는 물론 국내외 경제상황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걸프사태가 지난 7개월간 국내외 경제에 미친 영향과 사태종결에 따른 향후 전망 등을 정리해본다.
경제적 측면에서 본 걸프전쟁은 시종 「이상한 전쟁」이었다.
지금까지 국제전쟁이 발발했을 경우 일반적인 세계 경제동향은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값 폭등 ▲국제금리 상승 ▲미 달러 강세 ▲각국의 주가폭락이라는 공통현상을 보였다.
그런데 걸프사태 발발 이후 7개월된 시점에서 되짚어보면 주요 국제 경제지표의 흐름은 예상밖이다.
▷유가 및 원자재가격◁
먼저 국제 유가동향은 많은 나라의 경제전문가들을 할말 없게 만들었다. 지난해 7월 평균 배럴당 19달러49센트를 기록한 북해산 브렌트유는 쿠웨이트 침공 직후인 9월 들어 평균 41.11달러로 급등,세계산유량의 절반 가까이를 생산하는 중동지역에 전운이 감돌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최고 60∼1백달러까지 치솟을 거라는 전문가 예측이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세계 각국의 석유비축량이 만만찮은 데다 사우디 등 주변국의 증산과 세계적인 유류소비 절약추세가 어울리면서 10월부터 원유가는 하락세로 전환됐다.
「제3차 석유위기」는 석유메이저들의 출고조절과 심리적 불안에 따른 허상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실제로 걸프 지상전이 개시된 직후인 지난 16일 브렌트유는 다시 30달러를 살짝 웃돌다가 다음날로 곧장 10달러대로 급락했다. 국내 정유사들의 주요보급선인 중동 두바이산의 경우 지난 20일 이후 현물시장가격은 쿠웨이트 침공 이전인 지난해 7월의 14.95달러보다 오히려 더 낮아진 13달러 이하로 거래되고 있다.
국제 원자재가격은 걸프전쟁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콩·옥수수·밀·알루미늄·동·연 등 17개 주요 원자재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로이터지수는 지난해 7월 1천7백97.2이던 것이 9월 들어 평균 5포인트의 반짝 오름세를 보인 이후 줄기차게 하락,지난달엔 1천6백82를 나타냈다. 걸프사태 7개월 동안 국제 원자재가격이 무려 6.4%나 하락한 것이다.
▷국제금리·환율◁
국제금리와 환율도 거의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LIBOR(런던은행간 금리)는 지난해 7월 7.94%에서 9월 8.38%로 솟았다가 지난 26일엔 6.88%로까지 하락세 일변도다.
달러화의 대일본 엔화환율은 89년 7월 달러당 1백49엔에서 이달 하순 들어 1백32∼1백33엔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 뉴욕·동경·런던 등 주요국가의 주식시세는 쿠웨이트 침공·지상전 개시를 전후한 일시적 하락세를 거의 회복,지난해 7월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 관측자들은 저유가저금리저달러의 신3저시대 도래라는 성급한 관측까지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걸프사태는 국제경제 전반에 적잖은 침체요인으로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지난해 주요선진국의 평균성장률과 국제교역량은 쿠웨이트 침공 전까지 각각 2.9% 성장,6.5% 증가로 전망됐었다. 올 1월에 발표된 지난해 실적추계치가 성장 2.3%,교역 4.3% 증가에 그친 것을 봐도 전쟁불황의 기미가 역력함을 알 수 있다.
▷향후 전망◁
이제 걸프전이 막바지에 이른 현시점에서 앞으로 국제경제가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경제기획원이 청와대와 당정협의 때 보고한 내용을 살펴보면 당초 우려보다는 국제경기 회복이 빠를 전망이나 전반적으로 선진국 경제가 대세 침체국면이어서 호황 진입을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분석이다. 국제유가는 일단 배럴당 20달러 미만을 유지할 것이다.
국제금리는 ◆소련 및 동구의 경제개발 소요(91년 2백50억달러) ▲걸프전 후 복구자금 등 초과수요가 지속되는 반면 국제잉여자금 공급원인 일본과 독일이 경상수지 흑자규모 축소와 동독 개발 등 여유자금 압박이 커짐에 따라 상승기조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환율의 경우 미국의 경기하강과 금리인하로 달러약세는 지속되나 상대적으로 일본 엔화가 강세를 보여 대일 무역역조가 심한 우리나라 입장에선 호재로 부각될 가능성이 약하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신3저」시대 도래라는 낙관론은 희망사항에 그칠 공산이 크며 자칫 걸프전 이후 가까스로 잡아놓은 듯한 소비절약 분위기만 해칠까 우려하는 실정이다.
▷국내 영향◁
이처럼 총량부문에서는 그런 대로 걸프사태 후유증이 수습되었다고는 하지만 실물경제부문에서는 업종에 따라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먼저 걸프사태 발발로 이라크·쿠웨이트뿐 아니라 중동지역으로의 상품수출 및 건설사업이 큰 차질을 빚어 20억달러 가량의 손실을 본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특히 섬유 직물 신발 타이어 철강 등의 분야에서는 수출감소로 인해 영세업체들의 조업중단 및 도산위기를 맞고 있는 실정이다.
내수시장도 전반적으로 크게 위축되어 자동차업계의 재고가 쌓이는가 하면 전자업계도 판매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걸프전쟁의 조기종전은 국내경제 회생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 동안 수출업계는 걸프전쟁으로 올 들어 6억달러 이상의 수출차질액을 기록했었으나 조기종전 가능성이 높아지고 중동지역으로의 상품선적 및 대금회수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됨에 따라 수출차질액도 2억7천만달러 수준으로 격감하는 등 상황이 호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한 원유가의 하락은 수입증가율을 크게 감소시켜 2월말 현재 33억달러 수준에 이르고 있는 무역수지 적자폭도 2·4분기 이후에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더구나 올해 경제운용계획의 기본골격이 국제원유가를 배럴당 25달러 기준으로 짜놓은 것이므로 유가가 연평균 20달러 수준만 유지해준다 해도 원유도입부문에서만 30억달러 가량의 흑자효과가 발생할 것이므로 경우에 따라 국제수지의 흑자 또는 균형도 가능할 수 있다는 장미빛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 및 업계 대응◁
그러나 과거 1,2차 석유위기 때와는 달리 이번 걸프사태를 무사히 넘어갔다고 하더라도 지난 7개월간의 과정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취약성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먼저 정부의 유가 예측이 전혀 빗나가 국제원유가격이 가장 비쌀 때에 도입량을 크게 늘려 원유도입대금 부담을 높이고 국제수지 악화를 초래했다.
또한 그 동안 저유가시대에 안주,여타 경쟁국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매우 높은 산업구조를 유지해온 탓에 불과 1개월 남짓한 기간의 유가변동을 견뎌내지 못하고 경쟁력의 기반이 무너지고 급격한 수출감소 현상을 초래했다.
정부는 걸프사태 발발 이후 에너지 다소비업종의 공정개선 시설합리화 제품의 고급화 등 구조조정작업을 앞당기고 첨단기술산업의 적극적 육성 및 자동화·정보화 투자를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으나 사태발발 7개월이 지난 요즈음 과연 어느 정도의 성과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민간경제계에서도 경영합리화운동을 전개하고 에너지절약형 산업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으나 최근 들어 다시 유가가 하락세로 접어들자 당초의 의지가 퇴색해가고 있는 형편이다.
이번 걸프사태를 그럭저럭 무사히 넘겼다고는 하지만 제3의 석유위기는 언제 또 닥쳐올지 모른다.
따라서 이번 걸프사태를 그 동안 반짝호황에 취해 흥청망청했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근검절약의 자세를 가다듬을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박영철·유석기 기자>박영철·유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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