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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 노골화” 미·소 관계 냉각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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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 노골화” 미·소 관계 냉각조짐

입력
1991.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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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편주도… 소도 따라와야”/소,뒤늦게 안보등 위협감 견제 안간힘/고르비 너무 몰면 강경파 복귀 우려도걸프전 이후의 미소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일부 서방전문가들이 지적했듯이 이번 걸프전은 동서냉전체제 붕괴 이후에 새로 구축될 세계질서의 분명한 모델이 되었으며 앞으로 미소 양국이 유지할 신데탕트체제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즉 걸프전은 국지전이 발생했을 경우 미소 양국을 비롯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등 세계 주요강국들이 이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방향을 제시했다. 또 세계각국이 이 전쟁을 통해 자국의 이익을 확보하려는 양태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걸프전의 최우선 당사국인 미국은 부시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세계질서의 개편은 미국이 주도할 수밖에 없으며 냉전체제하에서 실질적 「패배자」인 소련은 미 주도의 세계 신질서에 동참해야 된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신질서 구상은 따라서 소련의 약체화에 따른 나토와 미일 안보체제로 대표되는 반소동맹의 와해에 대처키 위해서는 지역적 강국을 도전세력으로 규정,이를 강력히 저지하면서 세계 주요국들을 자국의 「안보논리」에 동조하도록 만들어 「단일 초강대국」체제를 구축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 미국은 이번 전쟁을 수행하면서 전비와 군사력 등을 세계각국으로부터 조달했고 유엔에서 소련의 적극적 협조까지 얻어내는 등 필요한 모든 것을 얻어냈다.

초강대국인 소련 역시 동유럽의 변혁과 자국의 개혁 등으로 그 지위를 잃어감에 따라 미국과의 협조하에 국제적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전세계적 공동안보의 틀을 구축,주도권을 유지하려고 의도했었다.

이는 소련이 미국에게 대이라크 제재를 위해 무력행사까지 용인하는 것으로 발전됐고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발트3국의 분리독립운동의 무력진압을 묵인하는 대가를 얻어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으로부터 막대한 경제원조까지 받아내는 등 실리를 챙긴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드러났듯이 미국은 사담·후세인 정권을 제거함으로써 아랍세계에서 친미적 이슬람왕정국가를 보호하는 동시에 중동지역에서 소련의 발판마저 없애려는 「패권주의적」 의도를 분명히함으로써 미소의 협력관계가 냉각되기 시작했다.

소련은 중동지역이 모두 미국의 영향력에 들어갈 때 직접 자국안보에 위협이 될 뿐 아니라 세계질서의 주도권이 완전히 미국으로 넘어간다는 점을 의식,후세인의 완전제거를 막기 위한 평화적 외교노력을 경주해왔다.

소련의 이같은 입장은 최근 공산당기관지 프라우다가 『소련은 걸프지역에 미군이 언제까지 주둔할 것인지를 주목해야 하며 이라크와 이 지역 전체의 장래에 무관심하지 않다』고 논평한 것을 비롯,주요 각 신문에 「패권주의」 「식민주의」 등의 냉전시대 용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볼 때 쉽게 설명이 가능하다.

보수주의로 회귀하고 있는 소련지도부 및 일부 강경파 군장성들도 『대규모 미군병력이 소련국경과 인접한 지역에 주둔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발언하고 있는 것도 미국의 「신패권주의」를 우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도 『소련과 미국간의 대화가 세계정세 정상화의 핵심에 놓여 있다』며 『걸프전쟁이 끝난 뒤 중동의 정치적 분쟁에 대한 포괄적인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현재의 관계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일부 매파의 주장대로 이 기회를 통해 아예 고르바초프 등 소련의 현 지도부 정책을 일축한다면 소련내 강경파의 재등장을 불러일으키며 이는 다시 세계질서가 「냉전체제」로 복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이같은 조짐은 최근 미소간의 STARTⅡ(전략무기감축협정)회담이 연기된 바 있으며 중소 관계가 급속도로 정치·군사적면에서 강화되는 것을 그 실례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서방관측통들은 미국이 세계질서를 단독으로 주도하더라도 소련이 현재 정치·경제적으로 처한 상황을 볼 때 쉽사리 이를 견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하고 있다.

미소 관계에 대한 전망은 낙관이나 비관론 중 어느쪽으로도 분명한 예측을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며 미국이 「쿠웨이트 해방작전」을 끝낸 이후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이며 중동지역에서의 전후처리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이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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