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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통령의 리더십(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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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통령의 리더십(사설)

입력
1991.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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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세계사에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소련,동구의 공산체제 붕괴로 이념대결에서 예기치않은 무혈승리를 거둔 미국은 새 질서의 여명기에 무모하게 도전한 이라크의 사담·후세인을 무참하게 굴복시키고 있다. 미국이 앞으로 새 질서 형성에서 외경의 주역이 될 것임은 불을 보 듯 분명하다. 이래서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에 의한 세계평화) 시대가 예견되고 있다. 오늘의 미국은 25년전 월남전에서 패퇴됐던 당시의 미국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파나마침공과 노리에가의 체포에 이은 이번 대이라크전의 완승으로 미국은 이제 베트남신드롬(증후군)에서 완전히 탈피,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서의 힘과 위신에 자긍을 느끼게 됐다. 그들이 세계의 도전받지 않는 리더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게 됐다.무엇이 미국의 위상을 이처럼 비상케했는가. 여러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최대의 공은 조지·부시 대통령의 리더십에 돌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누가 부시 대통령이 이처럼 가공할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했던가. 지난 88년 대통령선거에서 그가 가장 고전했던 것은 샌님(Wimp) 인상의 극복이다. 미국의 신문·방송 등 매스미디어들은 하나같이 부시후보를 「은수저를 입에물고 태어난 윔프(부자집 샌님)」라고 불렀다. 미국 대통령에 요구되는,미국뿐 아니라 세계를 요리할 수 있는 강인한 지도력을 기대할 수 없다는 부정적 시각이었다. 이래서 리더십이 제1의 선거쟁점이었다. 공화당의 라이벌이었던 로버트·돌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도,마이클·두카키스 민주당 대통령후보도 강한 리더십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부시의 「리더십 결여」를 공격했다.

부시후보는 또한 공화당 전당대회의장,유엔대사,CIA국장,주중대사,부통령 등 고위관직으로 이어지는 그의 긴 공직생활에서 기억에 남는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그는 부통령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땀을 흘리지 않고 다른 사람의 등에 업혀 입신한 무임승차자라는 비꼬임도 당했다. 부시 대통령은 당선된 것도 대통령 재목이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두카키스 후보가 워낙 빈약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여론은 그에게 보통 대통령 이상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백악관을 차지하고 난 뒤 그는 대소화해 외교 등을 주도,스스로 대통령 직무를 이끌어 간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는 일반의 예상처럼 그의 참모장격인 국무장관 제임스·베이커의 꼭두각시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이 주인임을 증명했다. 그의 합리성과 결단력이 결정적으로 평가된 것은 89년 12월 파나마 침공이다. 그는 노리에가 정권을 전복,친미정권을 세웠을뿐 아니라 마약법으로 기소된 노리에가를 체포,미국으로 이송하여 법정에 세웠다. 이번의 대이라크전은 파나마침공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군사적으로 위험하고,외교적으로 복잡하고 미묘했다.

그러나 그는 강력한 외교역량으로 다국적군의 결성에 성공,후세인을 압도하고 도덕성에서도 절대 우위를 확보,전승의 기틀을 잡았다. 그는 자신의 92년 재선이 걸린 정치적 모험을 했다. 그는 경제봉쇄의 지구전보다는 단기결전을 선택했다. 그의 판단은 옳았다. 그에대한 미 국민의 지지도는 현재 87퍼센트,3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92년의 그의 재선은 따놓은 당상이나 다름없다. 꿋꿋한 국가지도력이 아쉬운 우리에게 그의 리더십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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