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쟁은 재미있는 비유의 말들을 많이 남기고 있다. 우선 이 전쟁 자체를 비꼬는 냉소적인 정치심리학자들의 분석이 흥미를 끈다. 「티그리스강변의 돈키호테와 포토맥강변의 람보가 맞붙은 감정싸움」이라는 비유도 그럴듯하고 「삼손 콤플렉스의 과대망상가와 슈퍼맨 콤플렉스의 소심증환자가 빚어낸 정신병리학적 비극」이라는 표현도 재미있다. 이 두 가지 비유는 조지·부시 미국 대통령과 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개인적인 측면을 빚대어 한 말들이다.그러나 당사자인 미국과 이라크가 보는 전쟁의 성격은 판이하다. 미국은 「국제침략자에 대한 다국적군의 응징」으로,이라크는 「서방 제국주의에 대한 이슬람의 성전」으로 각각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부시는 후세인을 히틀러에 비유하고 있으며 후세인은 부시를 사탄(악마)이라고 부르고 있다.
서로를 비난하는 극단적인 용어를 빌리면 「히틀러와 사탄의 싸움」이 되는 셈이다.
후세인이 비유되는 히틀러에 걸맞게 이라크군의 참모총장 후세인·알라시드·타크리티는 「이라크의 롬멜」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란과의 전쟁에서 파오반도를 탈환하는 등 사막전에서 많은 전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라크의 롬멜」에 맞서는 다국적군 사령관 노먼·슈와르츠코프 대장은 「장군의 아들」이다. 그의 아버지는 2차대전 당시 이란에서 경찰군을 조직하여 치안첩보활동을 벌인 무공으로 장군으로까지 승진했는데 중동과의 인연은 선대부터 맺은 셈이다. 「회색곰」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지만 키 190㎝,몸무게 104㎏의 거구에 IQ 170의 천재적 두뇌의 소유자여서 그야말로 슈퍼맨이다. 그가 이끌어온 전쟁이 승리로 끝나가는 상황에서 2차대전시의 아이젠하워나 맥아더와 같은 전쟁영웅으로 역사에 기록될지 관심을 끄는 인물이다.
슈와르츠코프와 쌍벽을 이루는 파월 미국 합참의장은 이미 언론으로부터 「검은 아이젠하워」로 불려질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슈와르츠코프처럼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출신도 아니고 뉴욕시립대학의 예비역장교훈련단(ROTC) 출신이지만 사상 최연소에 최초의 흑인합참의장 기록을 남겼다. 워싱턴정가에서는 92년의 대통령선거에서 부시의 러닝 메이트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점치는 사람도 있다.
걸프전쟁과 걸프전을 이끌고 있는 주역들에 대한 갖가지 비유들을 긁어 모으다보니 2차세계대전 때의 전쟁영웅들의 이름이 다 나오고 말았다.
지금 전세는 2차대전 종반과 비슷하게 미국을 위시한 다국적군의 압도적인 승리로 굳어지고 있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후세인이 앞으로 어떻게 되느냐에 쏠리고 있는 것 같다. 전세 비행기를 준비해놓고 해외탈출을 기도하고 있다는 보도대로 과연 이라크를 떠날 것인지,아니면 부시가 비유한 히틀러의 말로처럼 지하벙커에서 권총자살로 스스로의 인생을 마감할지,그렇지 않으면 계속 아랍세계에서 건재를 과시할 수 있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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