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기반 공화국수비대 해체계획/쿠 해방 넘어 이군 무력화 목표/소 끌어들인 「방송발표」도 불쾌사담·후세인이 26일(미국시간·이하 같음) 바그다드방송을 통해 승리를 주장하면서 쿠웨이트 주둔 이라크군을 무조건 철수토록 하겠다는 발표는 적어도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빗나가는 얘기이다. 외교기술적으로나 전투 상황으로 볼 때 잘못됐다는 것이다.
첫째 전투상황에서 분석한다면 이라크의 소련제의에 따른 철군명령이 미국측에 도무지 달갑게 여겨지지 않게 돼 있다.
지난 23일 지상전투 명령이 공식적으로 내려진 직후 미군은 놀랄만한 초속도전을 전개,이것이 모두 성공중에 있다.
AH64,OH58,CM47 등 강력한 무장헬기부대들이 우선 2백∼3백대씩 하늘을 새까맣게 덮으면서 국경 넘어 80㎞까지 깊이 날아가 무수한 폭탄을 퍼부은 후 안전지대를 만들고 여기에 탄약,휘발유,기타 전략물자를 위한 보급기지와 탱크 및 보병부대의 진주를 위한 전진기지를 마련했다. 이와 동시에 수백 대의 탱크,무장차량들이 이 기지를 향해 전진해 갔다.
이 전진거점이 둘레 약 36㎞쯤의 넓이로서 안전이 확보되면 육상부대들은 주변소탕전을 감행하는 한편 무장헬기들은 또다시 80㎞ 전방을 날아 제2의 전진기지를 확보해 갔다.
공륙전에 의해 유프라테스강 이남과 쿠웨이트지역은 이라크군 진지들이 토막토막 잘리면서 공중 및 지상·해상포화를 견디지 못하고 수만 명이 항복하는 사태를 빚었다.
현재 이 작전은 거의 이라크의 숨통을 죄고 있는 실정이다.
바그다드방송이 철군명령을 처음으로 전하기 바로 10시간 전쯤 사담·후세인은 이라크군의 승리를 외치면서 『적은 스스로의 피에 젖어 헤엄치고 있다. 싸워라,싸워라』라고 독전방송을 했었다.
그후 다시 한 번 후세인은 『오늘은 승리의 날이다. 서방을 사정없이 치라』고 방송했다.
미국은 이라크군을 쿠웨이트에서 단순히 쫓아내는 것 뿐 아니라 다시는 이같은 침략을 자행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군사력을 파괴할 계획이며,여기에는 사담·후세인의 권력기반인 공화국수비대를 완전 해체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미국의 군사작전이 이제 성공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하에서 단순히 『소련의 제의에 따라 철군한다』라는 말만으로는 미국이 무기를 놓을 상황은 아니다.
미국은 지금 협상을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항복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외교기술적으로도 바그다드의 철군명령이 호소력을 갖기에는 매우 서툴게 돼 있다.
바그다드방송이 미국 CBS방송을 통해 미국에 전달된 것은 25일 하오 5시35분 이었다.
공무원들은 퇴근을 했거나 퇴근을 서두르고 있는 시간이었다. 이날 부시 대통령은 의회지도자들과의 만남을 위해 백악관을 떠나 있었다.
기자들은 겨우 말린·피츠워터 백악관대변인을 찾아냈으나 대변인의 논평은 너무나 간단하고 또 어떤 면에서는 당연한 무반응이었다.
『우리는 어떠한 공식채널을 통한 통보도 받지 못했다. 논평할 근거가 없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사담·후세인은 『소련의 제의에 의해 이라크는 무조건 철군을 하기로 명령했다』고 말했는데 미국은 지난 23일 지상군 진격을 위한 최후통첩을 할 때 이미 고르바초프 안을 사실상 거부해 버렸던 것이다. 새삼 이제 와서 『소련의 제의에 의해…』라는 단서가 외교전쟁을 위해서인지는 모르지만 미국과의 휴전협상을 이끌 수는 없었던 것이다.
피트·윌리엄스 국방부 대변인은 『바그다드 방송은 전쟁의 진행계획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만한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바그다드방송이 외교적 호소력을 가지려면 적어도 주미 이라크 대사,또는 주유엔 이라크 대사를 통해 미국·유엔 등에 정식으로 내용을 전달했어야 한다.
현재 유엔 안보리가 열려 바그다드방송 문제가 다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미 유엔의 12개 결의내용을 따르는 무조건적이고 완전한 철수에 못 미치는 것이라면 어떤 형태의 제의든 영국 프랑스와 함께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어 아무런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는 입장이다.
만일 이라크군들이 방송에 따라 대규모로,명백히 철수하는 것이 밝혀지면 미국은 상당한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영,불 등은 줄곧 후세인 정부의 존속을 저지하는 입장을 주장해 왔기 때문에 적어도 후세인의 방송 한마디로 그의 정치생명을 유지케 하지는 않을 것이다.<워싱턴=정일화 특파원>워싱턴=정일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