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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운명 미·소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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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운명 미·소 손에 달렸다

입력
1991.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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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제거 기대… 「강압」엔 의문/미/중동영향력 위해 「생존」 바라/소/충성세력 철통보호… 당장의 권좌위협은 없을듯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쿠웨이트로부터 무조건 철수,즉 사실상 「항복」을 선언함으로써 아랍권에서 「제2의 나세르」가 되고자 했던 그의 꿈은 산산조각이 나버린 셈이다.

따라서 지난해 8월 쿠웨이트 침공 이후 한동안이나마 세계질서의 지각변동을 일으켰던 사담·후세인의 향후 운명에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후세인이 처참한 패배에도 불구하고 권좌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아니면 패전의 책임을 묻는 군부 반대세력의 쿠데타에 의해 제거될 것인가,미국이나 이스라엘의 특수공작에 의해 암살될 것인가.

또는 이라크국민의 항거에 쫓겨나 팔레비와 같이 국외로 탈출할 것인가,심지어는 히틀러와 같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인가 등등 가정이 분분하다.

그러나 후세인의 운명은 걸프전의 승세로 걸프지역에서의 세력재편 주도권을 장악한 미국과 걸프지역에 세력발판을 남겨놓으려는 소련의 「요리」에 따라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이번 걸프전에 임하는 미국의 목표는 당초 쿠웨이트로부터의 이라크군 철수를 넘어 이라크 군사력의 완전 무력화를 통해 향후 적어도 10∼20년간 아랍 세계에서 힘을 쓰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걸프전 발발 초기부터 사담·후세인의 축출이나 제거,그의 집권기반인 바트당 해체가 이번 전쟁의 목표 중 하나임을 여러 차례 시사했으나 이를 공개적으로 드러내 놓지는 않았다.

미국이 공식적으로 후세인의 장래에 대해 밝힌 입장은 부시 미 대통령이 이라크가 소련 평화안을 수용한 직후의 연설에서 『이라크국민들 스스로 후세인을 권좌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말한 것뿐이다.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 고위관리들은 지금까지 이라크 집권세력내에 내부분열이 일어나 후세인이 권좌에서 축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미국이나 여타 동맹국이 나서서 후세인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문제에는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아 왔으나 지상전이 개시되면서 점차 미 고위관리들 가운데 후세인이 제거되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제임스·베이커 국무장관이 지난 24일 ABC TV에 출연,『후세인과 그의 집권세력이 제거될 경우 걸프지역의 평화와 안정회복이 훨씬 수월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 미국이 내심 후세인과 바트 집권세력의 완전 제거를 바라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워싱턴의 정치분석가들은 미국이 과연 후세인 제거를 물리적으로 시도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 이유로 후세인이 현 중동지역세력 판도에서 갑자기 사라질 경우 세력균형이 깨지고 힘의 공백상태가 발생,터키 이란 시리아 등의 대체세력이 「제2의 후세인」으로 부상하고,따라서 미국은 장기적으로 아랍세력 재편에 개입해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번 전쟁의 대패로 인해 후세인은 정치·군사적 면에서 힘이 크게 위축,상당기간 동안 위협세력으로 다시 등장할 수 없으리란 판단도 덧붙여지고 있다.

따라서 후세인을 무리하게 제거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다.

한편 소련은 후세인이 제거될 경우 중동지역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우방이 사라지게 되고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을 우려,후세인이 계속 집권하기를 바라고 있고,후세인 또한 자신의 생존을 위해 소련에 기대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후세인이 철통같은 충성세력으로부터 보호받는 바그다드에 머물고 있고 미국이 특수공작이나 바그다드 진격을 감행하지 않는 한 그의 「생존」은 일단 이라크 집권세력이나 국민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후세인은 지난 79년 권력을 장악한 후 주요권력 포스트에 친·인척을 대거등용,권력기반을 강화하고 철권정보정치를 통해 반대세력을 끊임없이 숙청함으로써 자신에게 도전할 만한 정적들을 말살시켰기 때문에 걸프전에서 패배했다고 해서 당장 존립이 위협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후세인이 이란과의 8년전쟁과 이번의 무모한 걸프전 수행으로 인해 이라크국민이 너무나 많은 피를 흘리게 했고 군사·산업시설이 초토화된 결과에 반발하는 군부의 쿠데타나 측근의 암살,또는 민중의 봉기 등으로 권좌에서 쫓겨날 가능성도 높다.

이미 걸프전 이후 이라크서 흘러나온 쿠데타설 등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어떻든 후세인은 아랍세계나 자국민으로부터 더 이상 「영웅」으로 불릴 수 없게 됐다. 후세인,그의 앞날에는 어두운 그림자만이 드리워져 있다.<최해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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