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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 수주전(사설)

입력
1991.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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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이 끝내기 단계에 들어섰다. 지상전이 빠르면 1주일내 끝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또 하나의 걸프전,경제전쟁이 점차 가열화할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쿠웨이트,이라크,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전의 현장에 불도저의 굉음이 작렬하는 포성을 대신할 날이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중동의 전후복구사업에 적극참여한다는 계획 아래 외무부 차관보를 책임자로 하는 실무급 조사단을 현지로 파견했다. 발빠른 행보다. 중동건설붐을 타본 경험이 있을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건설사업에 참여해 온 한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한국은 70년대 오일쇼크 때의 중동붐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의 기회를 맞는다고 할 수 있겠는 데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 업계와 정부는 70년대붐 때의 경험을 교훈삼아 시행착오를 재범치 말아야 할 것이다.이번 전쟁복구 사업은 과거의 중동건설붐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 복구사업이 가장 필요한 지역은 쿠웨이트와 이라크이다. 그러나 패전이 확실한 이라크는 국외자산의 동결,유전의 파괴 등으로 외화가득원이 없어져 복구사업에 투입할 돈이 없다. 이라크는 이 돈을 그들의 적이었던 미,영,불,독,일 등 서방에 의존해야 한다. 그러나 사담·후세인이 권좌를 지키고 있는 한 서방측은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라크의 복구작업은 후세인의 정치적 운명이 큰 변수가 된다. 그가 제거되어 서방지원 아래 복구계획이 착수돼도 재원부족으로 사업자가 금융을 갖고 들어가는 장기 개발투자 형식이 되기 쉽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쿠웨이트 재건사업 참여에 더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쿠웨이트는 해외투자 자산 1천2백억 달러의 알부자. 이라크의 조직적인 파괴에 따라 유전,정유설비,기간산업,항만,공항,대형건물 등등이 폭파,국토가 사실상 초토화됐다. 전후복구에 소요되는 자금을 6백억달러로 추산하고 있고 시간도 5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6백억달러 이상의 황금시장을 놓고 벌써부터 미·영·불 등 다국적군 참여국 사이에 맹렬한 시장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유전복구사업비만도 2백50억달러로 추계하고 있다.

한국이 얼마의 몫을 차지할 수 있을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 쿠웨이트 정부의 전후복구사업 배정방식에 두 가지설이 돌고 있다. 하나는 주권을 회복시켜준 데 대한 논공행상으로 다국적군에의 참여도를 감안한다는 것이다. 나시르·알·사바 주미 쿠웨이트 대사는 『미국의 희생에 대한 보답으로 미 기업에 최대의 몫을 할애할 것이다』고 했다. 2월11일 현재 쿠웨이트정부 발주계약 1백81건 3억5천6백만달러 중 미국 기업들이 1백30건 2억7천만달러를 차지했다. 미국은 부시 대통령까지 나서고 있다. 다른 하나는 논공행상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는 관행대로 저가 낙찰의 공개입찰제도를 지켜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뉴스 위크지는 이런 경우 하이테크 분야에서는 미국이 유리하나 건설 같은 분야에서는 한국과 같은 나라가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 기업의 하청을 기도하든 공개입찰에 도전하는 한국기업간의 출혈경쟁 같은 공멸수는 금물이 돼야 할 것이다. 「질서있는 참여」­그것이 공생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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