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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보는 눈/이장훈 외신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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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보는 눈/이장훈 외신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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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부시 미 대통령이 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 무조건 철군을 요구하며 설정한 최후통첩 마감시간인 지난 24일 새벽 2시(미국시간 23일 정오). 작년 8월2일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래 전세계의 뉴스초점이 되어 온 걸프사태를 지켜보던 세계언론들은 혹시나 하는(평화의) 기대 속에 온통 숨을 죽이고 있었다.1초도 쉬지 않고 뉴스를 보내오던 세계 4대 통신은 물론,미 CNNTV 등도 이라크의 반응을 초조히 기다리며 화전 양면의 갈림길을 지켜봤으나 최후통첩 마감시간을 넘기고 채 5분이 되지 않아 보내온 긴급뉴스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는 한마디 뿐이었다.

이어 부시 미 대통령의 성명과 이라크혁명평의회의 반응 등 걸프전쟁 당사자들은 모두 서로의 논리를 내세우며 상대방을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은 애당초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독재자」 「전쟁광」 등으로 묘사하면서 이번 전쟁을 「악」을 무찌르고 평화를 회복하는 소위 「하이눈」 논리로서 설명해 왔다.

「하이눈」은 미 정통서부극으로서 정의로운 보안관이 평화스런 마을을 괴롭히는 악당들을 물리친다는 내용으로,공교롭게도 미국이 이라크에 제시한 최후의 시간이 이 서부극의 제목과 겹쳐 묘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다.

후세인 역시 대국민메시지를 통해 이번 전쟁은 제국주의자들에 대한 「성전」임을 강조하면서 수차례나 신이 이라크를 도와 「침략자」를 물리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후세인에게 묻고 싶은 것은 「성전」이라는 미명하에 무고한 민간인을 이렇게 죽음으로 몰고가도 괜찮은지,또 신이 평화보다는 전쟁을 택할 것을 계시했는지,그 대답을 듣고 싶다.

양 당사국의 이 같은 논리 이외에도 소련 이란 등 제3국들 역시 겉으로는 「평화」를 부르짖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국이익을 조금이라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보도하는 언론들도 수많은 인명이 죽어가는 전쟁을 마치 스포츠 중계하듯 전하고 있어 미소가 냉전체제를 청산하고 신데탕트 시대를 열었을 때와는 판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 전쟁을 보는 우리나라의 시각은 어떤 것일까. 6·25를 치르면서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고 최근 KAL기 테러 등 끔찍한 사건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이번 걸프전의 「어두운 면」을 일찍이 생생하게 목격한 바 있다.

전쟁은 평화의 마지막 수단이라는 역설적 표현도 있지만 결코 평화를 위한 어떤 전쟁도 해서는 안 된다는 우리 나름의 「논리」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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