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신부전증 아빠를 살려주세요”/12살 소녀 김영미양 눈물호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신부전증 아빠를 살려주세요”/12살 소녀 김영미양 눈물호소

입력
1991.02.25 00:00
0 0

◎어머니 가출 후 병 수발 온 정성/살림까지 맡아 효녀상 받기도/혈액형 달라 신장기증 못 한 채 발 동동『누가 아빠를 좀 살려주세요』

김영미양(12·충남 천안군 신가국교6)의 소원은 그 나이 또래 소녀들처럼 예쁜 옷이나 학용품·피아노를 갖는 게 아니다. 만성신부전증으로 8년째 투병중인 아버지 김명래씨(38·무직·충남 천안군 성환읍 신가리 336)의 건강회복이 유일한 소원이다.

아버지의 건강회복이 어렵기만 한 집안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가출한 엄마도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운전·폐차장 일 등을 하면서 가난하지만 행복한 생활을 꾸려오던 가족은 지난 84년 김씨가 병들면서 풍비박산,사실상 이산가족이 되고 말았다. 병수 발과 생활고에 지친 영미양의 어머니는 지난 87년 가출해 버렸다.

김씨는 치료를 위해 큰 병원이 있는 천안의 동생 기래씨(33) 집에 4년째 얹혀 살고 있으며 성환시골집은 영미와 할머니(99)·동생 영주(9·국교3)가 지키고 있다.

동네사람들은 영미를 「심청이」 같은 효녀라고 말한다. 틈만 나면 천안의 아버지를 찾아가 밤중에 잠을 자다가도 몇 번씩 일어나 팔다리를 주물러주고 병원수속을 도맡는가 하면 시골집의 살림을 꾸려가 5학년 때는 학교에서 효녀상까지 받았다.

김씨는 천안순천향병원에서 1주일에 3번씩 투석치료를 받고 있으나 건강한 사람의 신장을 이식받아야 완쾌될 수 있을 만큼 상태가 나빠졌다. 그러나 신장기증자를 구하는 것도 큰 문제이지만 거택보호자로 선정돼 동사무소에서 매달 주는 3만원과 쌀30㎏으로 간신히 꾸려가는 살림으로는 누가 신장을 기증한다 해도 수술비가 더 큰 걱정이다.

아빠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기로 결심한 영미는 지난 1월 신장이식을 하면 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듣고 와 아버지에게 자신의 신장을 기증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김씨는 이 대견한 딸을 나무라면서 거절했지만 영미는 물러서지 않고 울면서 매달렸다.

결국 김씨가 항복,영미의 뜻을 받아들였지만 희망을 안고 찾아간 병원검사실에서 김씨와 영미는 절망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김씨의 혈액형은 A형인데 영미는 B형이라 이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영미는 요즘 열심히 기도하고 있다. 『A형 혈액을 가진 착한 분이 꼭 도와주세요』라고.<이시영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