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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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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는 옛 바빌론의 「나부코 도노조르」 왕의 행적을 주제로 하여 만든 작품으로 1842년 3월9일 밀라노 스칼라좌에서 초연,크게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줄거리는 「나부코 도노조르」의 약칭 「나부코」 왕이 기원전 5백87년 예루살렘을 공격,철저히 파괴하고 수천의 헤브라이인들을 포로로 하여 본국으로 끌고 갔다가 여러 곡절을 거쳐 포로들을 되돌려 보내는 장면으로 끝맺어진다. ◆이 작품은 오페라로서는 우리나라에서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제3막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헤브라이 노예들의 합창 「가라,내 마음이여,금빛 날개를 타고」는 방송에도 자주 나와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곡이다. 베르디의 장례식 때엔 토스카니니 지휘로 수천 명이 합창했다는 일화도 있다. ◆나부코 왕의 바빌론 제국은 지금의 이라크 영토의 일부다. 그래서인지 최근 독일에서는 「나부코」를 공연하던 「본」 오페라단에 「이라크 애국자연합」 명의로 공연을 중단하라는 협박장이 날아들고 극장측에서도 그 공연을 취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담·후세인이 옛 전제군주에 비유될 수 있었기 때문인 모양이다. ◆「본」 오페라단의 후보지휘자 지안·카를로·델·모나코씨는 이런 「난폭한 처사는 예상 못한 일」이라고 개탄했다. 말썽난 오페라의 장면 중엔 헤브라이 신전이 불타 허물어지는 장면도 나오지만 헤브라이 제사장이 「바빌론은 어디에 있었는지도 모르게 될 것」이라고 예언하는 장면도 있다. ◆걸프전쟁이 이젠 멀리 유럽의 예술활동에까지 여파를 던진다. 이라크측이 엄살인지 비명인지 몰라도 다국적군이 아예 이라크 자체를 파괴하려 한다고까지 말하는 때이고 보면 걸프전쟁이 과연 어떤 국면으로까지 치닫게 될지,그리고 또 어떤 여파를 더 뿌릴지 눈여겨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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