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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충성/조명구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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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충성/조명구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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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의혹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숨기려 했던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이를 해명하려 드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뿐이다.자신이 한 얘기를 스스로 번복하는 것은 물론 「변명성」 해명 일변도의 사족을 늘어놓아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고만 있다.

그 와중에서 더욱 가관인 것은 명색이 독립된 헌법기관임을 자부하는 의원들의 「윗분」을 의식하는 한심한 충성경쟁이다.

「윗분에 누가 될까봐…」라는 식의 변명으로 자신의 잘못을 방어하려 들고 있기 때문이다.

평민당이 한보자금의 당비 유입문제로 곤욕을 치를 때 권노갑 의원의 해명과 이원배 의원의 소위 「양심선언」이 또다른 의혹을 낳았었다.

이번에는 수서 불똥이 민자당으로 번지자 수서관련 당정회의 멤버였던 김용환·서청원 의원이 앞뒤를 「다퉈가며」 번복발언을 하고 있다. 특히 서 의원은 『당지도부에 누를 끼칠 수도 있을 것 같아 내 차원에서 적당히 넘어가려 했다』며 문서변조 이유를 항변하고 있다.

한보자금 2억원이 평민당에 유입됐다는 보도가 나가자 권 의원은 『김 총재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본인이 보고할 때까지 김 총재는 전혀 몰랐다』는 데 해명의 초점을 맞추었다.

서 의원이 문서를 변조했고 김 의원이 민자당 최고위원들의 결재사실을 숨기려 한 근본적인 이유도 「당지도부에 누가 될까봐…」였다.

당정회의 결과를 원안대로 검찰에 제출하는 것이 당의 「결백성」 부각에 도움이 될 수 있었을텐데 대표최고위원 및 최고위원의 결재사실을 삭제한 변조문서를 제출한 서청원 의원의 『윗분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궁색한 변명과 취지는 김 대표와 당의 입지를 오히려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한술 더 떠 당정회의를 두 차례나 주재하고 자신이 직접 대표 및 최고위원에게 결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구두로 설명했을 뿐』 『결재를 받은 것이 아니라 회람 형식에 지나지 않았다』고 줄곧 「결재득」 사실을 부인했던 김용환 전 정책위 의장도 충성심의 발로에서 비롯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본질을 외면한 채 사실을 은폐하려는 발상과 궤변은 스스로의 묘혈을 팔 것이며 이 경우 수서의혹은 예기치 못한 수렁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어려울 때일수록 정도를 가는 것이 문제해결의 지름길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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