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 서명 싸고 김·서 의원 번복 거듭/국조권 요구 민주계에 “탈당 명분” 견해도수서파문의 조기수습을 시도하던 민자당은 민원처리 중간보고서에 대한 세 최고위원의 결재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는가 하면,수습을 둘러싼 계파간 시각차도 노골화되는 등 오히려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수서민원 처리 보고서에 대한 3인 최고위원의 서명사실이 새로 밝혀짐으로써 수서사건에 대한 민자당의 축소·은폐의혹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사실은 보고서 작성의 실무담당자였던 김용환 전 정책위 의장과 서청원 제3정책조정실장이 『당시의 보고는 구두보고였다』며 서명사실을 부인한 지 하룻만에 스스로 번복해 밝혀진 것이어서 적지 않은 파장으로 번질 조짐이다. 여기에다 세 최고위원들은 지난 3일 수서사건이 정치권의 문제로 본격 제기된 이후 서명여부에 침묵으로 일관해왔고,특히 김영삼 대표위원측은 수서파문 초기 『수서주택조합에 보낸 「민원처리 회신」에 「결재」일자로 기재된 지난해 7월20일에는 부산 서구 지구당개편대회에 참석했다』고 밝혀 서명사실 부인의 반증정황을 내세우기도 했다.
김 전 의장은 2차 당정회의 메모록이 공개됐던 지난 21일 자청한 기자회견에서 『중간보고서에 최고위원들이 서명했느냐』는 질문에 『나의 구두보고와 함께 문서는 보기만 하고 말았다』고 대답해 서명사실을 명백히 부인했었다. 김 전 의장은 그러나 다음날인 22일 검찰의 재조사 후 기자들과 다시 만나 『그때는 민원 회신 초안서류에 대한 서명여부로 질문을 이해했기 때문에 이를 부인한 것이고,최고위원들의 보고서 공람이 결재의 개념이 아니라는 취지를 강조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전 의장 스스로가 밝힌 대로 지난 15일 1차소환에서 이미 최고위원들이 중간보고서에 서명한 것으로 진술했다는 대목은 김 전 의장의 이같은 설명을 선뜻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김 전 의장이 작성한 중간보고서는 김 전 의장과 함께 서 실장도 서명했던 것으로 밝혀졌는데,『김 전 의장으로부터 보고사실을 전해들은 것 같다』고 했던 서 실장은 22일 검찰에서 『김 전 의장이 세 최고위원의 결재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는 민자당의 수서담당 당직자들이 검찰 진술기자회견검찰 재진술 사이에서 번복을 거듭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 이는 다시 서 실장이 2차 당정회의 문서 중 최고위원 결재부분을 『윗분에 누를 끼칠 것 같아』 누락,변조시킨 사실과 맞물려 당 최고수뇌부로까지 파문이 이어질 가능성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
즉 수서사건과 관련,이 시점에서 민자당에 대해 의혹이 증폭되는 이유는 세 최고위원의 서명사실을 김 전 의장이나 서 실장이 기억하고 있었던 것으로 여겨지고,이들이 이를 감추려고 했다는 점에 있는 것.
이와 관련,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최고위원들이 서명한 중간보고서가 서울시측이 특별분양에 난색임을 명기하면서도 「당으로서는 집단민원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고 사료된다」고 결론을 맺고 있다는 것.
따라서 『서울시측의 판단에 따라 처리할 방침』이라는 구두보고를 곁들였다는 김 전 의장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김서 의원 모두 이 보고서에 최고위원이 서명한 것이 민자당 관련 의혹을 증폭시킬 것으로 판단했을 법하다.
한편 이 문서는 현재 행방이 묘연하다. 김 전 의장은 이에 대해 『내가 보관하고 있다가 정책위 의장을 그만두면서 다른 문서들과 함께 파기·정리했던 것 같다』며 『파문 이후 찾아봐도 없었지만,혹시 다른 곳에 있는지는 챙겨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비교적 침묵을 지켜온 민정·공화계와는 달리 민주계가 연일 10여 명씩 모임을 갖고 국정조사권 발동 등 적극대응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어 자칫하면 수서파문은 당내 갈등으로 비화될 조저이다.
특히 초·재선급 소장파 의원들에 이어 최형우·황낙주·신상우·박종률 의원 등 계보 중진들도 23일 낮 시내 가든호텔에서 만나 계보 진로 등에 대해 깊숙이 의견을 나눠 관심을 끌고 있다.
잇단 회동에서 오간 얘기중에는 김영삼 대표최고위원의 정치적 장래에 대한 비관적 전망과 함께 김 대표의 백의종군론·금년 상반기중의 민자당 총재직·대권 후보 요구 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주위에서는 야당 체질을 아직 벗어나지 못한 데다 유권자 동향으로 미루어 지역구 사정이 한층 어려워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일종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김동주·서청원 의원 등 민주계 인사들이 이번 사건에 관련된 터여서 역으로 선명도를 높여 계보를 보호하려는 속셈이 깔려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이탈의사를 감추지 않아온 일부 민주계 의원들이 탈당을 염두에 두고 명분을 축적해가는 또 한차례의 과정으로 보는 견해도 상당하다.
그 어느 쪽이든 민정·공화계가 민주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심지어 일부 인사들은 『여권,나아가 정치권 전체가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마당에 계보이기주의적 행동을 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따라서 지도부가 나서서 계파간의 다른 목소리를 조절하지 않는 경우 엉뚱한 내분양상으로 발전할 소지도 있다는 지적이다.<조재용 기자>조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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