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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 부동산 처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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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 부동산 처분(사설)

입력
1991.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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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들의 비업무용 부동산 처리가 극히 부진하다. 한보의 「수서의혹」 사건에 대한 미진한 처리로 권위가 실추된 공권력이 이번에는 재벌들의 도전을 받는 것 같다. 투기성이 짙은 비업무용 부동산 처분에 대한 재벌들의 미온적 태도는 정부의 처분명령이 지켜지는 것을 보기를 원하는 국민들의 기대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처분마감시한(3월4일)을 불과 10여 일도 못 남겨두고 있는 23일 현재 재벌들의 매각실적은 겨우 18.4퍼센트다. 정부의 「5·8부동산투기억제책」에 따라 매각대상으로 확정된 비업무용 부동산은 46개 재벌기업에 5천7백44만평인데 이 중 1천57만3천평만이 처분된 것이다. 재벌기업들의 매각실태를 보면 럭키금성·미원·한보·고려합섬·해태·삼양사 등이 90퍼센트 이상을 처분했고 이와 반대로 대림·한일·금호·진로·대성산업·라이프주택 등은 10퍼센트에도 미달하는 부진한 실적을 나타냈다.한편 한국화약(이하 퍼센트·60.8) 동아건설(66.9) 효성(81.9) 두산(71.3) 동부(63.2) 동양화학(77.6) 통일(63.9) 삼익주택(89.1) 등은 비교적 양호했다. 그러나 삼성(26.7) 현대(56.1) 대우(48.7) 등 상위 3대 그룹은 50퍼센트 안팎의 부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정부의 「5·8조치」에 당초부터 이의를 제기해온 롯데의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부지 2만6천6백평과 한진의 제주도 목장 4백51만1천평,대성산업의 문경 조림지 2천3백65만9천평,현대산업개발의 서울 역삼동 사옥부지 3천9백80평 등이다.

정부는 비업무용 부동산을 처분하지 않는 경우 ▲신규부동산 취득금지 ▲일체의 금융여신 중단 ▲땅값에 상응하는 은행대출금에 연체이자 부과 ▲지급보증수수료의 인상(1.5퍼센트에서 2.25퍼센트) 등 금융,세제상의 불이익을 줄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일부 재벌기업들은 땅이라는 황금 앞에 연연,법과 대결할 태세까지 갖추고 있다. 또한 상당수도 가능하면 버틴다는 계획 아래 추세를 관망하며 처분을 기피하고 있다. 심지어 6공의 남은 2년을 버티고 나면 7공 아래에서 새로운 조치를 얻어 탈매각의 길을 찾을 수 있지 않나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롯데는 문제의 땅을 88년 1월에 서울시로부터 매입,그 동안 방치해뒀다가 비업무용으로 판정받은 것인데 『이 땅은 시가가 지가의 폭등으로 현재 공시가격 기준으로도 3천4백억원에 달해 원매자도 없을 뿐더러 토개공에 매각할 경우 1천억원에 이르는 특별부가세 등을 부담해야 하므로 매각보다는 개발키로 했다』는 것이다. 롯데는 1월29일 서울시에 33층짜리 백화점 등 대규모 위락시설 건설계획을 제출했다. 결코 매각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토지 등 부동산투기의 장본인들은 사실상 금융특혜와 정보독점 등 이점을 갖고 있는 재벌들이다. 이들이 촉발,주기적으로 전국을 열병 들게 하는 부동산투기는 국민경제를 황폐케 한다.

재벌들은 대승적 견지에서 협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한편 정부는 재벌들의 전횡을 막고 또한 법의 공정성 보장을 위해서도 이번만은 엄격히 집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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