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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군시한 「토요일의 하이눈」 각국 표정들/예루살렘=배정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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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군시한 「토요일의 하이눈」 각국 표정들/예루살렘=배정근특파원

입력
1991.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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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막판 화학탄 피습」 우려”/시민 대다수 외출때 다시 가스마스크 챙겨/미의 소 중재안 거부 극구 찬양… 지상전 고대/전후 중동 구도 관심… 점령지 「팔」인들은 좌절감미국이 이라크에 일방적으로 통보한 철군 최후통첩시한이 시시각각 다가오자 이스라엘에서는 전쟁의 끝이 임박했다는 기대감보다는 최후의 순간 이라크가 화학무기공격을 가해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현저히 고조되고 있다. 동시에 걸프전 종전 이후 이스라엘이 취할 새로운 중동정책,팔레스타인문제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미국의 최후통첩시한인 23일 정오(이스라엘시간 하오 7시)는 전날 시작된 유대교 휴일인 샤바트가 끝난 뒤 1시간이 채 못 되는 시각이다. 때문에 이스라엘인들은 휴일 내내 이라크의 화학무기공격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 동안은 정기적으로 계속된 이라크의 스커드미사일 공격에 익숙해진 탓으로 거리에서 가스마스크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의 숫자가 극히 적었으나 이날 아침에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가스마스크를 소중히 간직하고 외출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스라엘 TV방송에서도 이라크의 화학무기 공격가능성을 집중분석하는 프로를 방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당국은 화학무기공격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22일 밤 이스라엘 TV에 직접 출연한 모세·아렌스 국방장관은 『이라크의 화학무기공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국민들은 정상생활을 계속해도 좋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런 불안감 속에서도 이스라엘은 미국이 소련과 이라크가 내놓은 평화안을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이라크에 최후통첩을 보낸 사실에 내심 환호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번 걸프전을 통해 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제거되고 이라크의 군사력도 철저히 파괴되기를 갈망하고 있다.

때문에 이스라엘은 21일 밤 모스크바에서 8개항에 이르는 이라크의 무조건 철수방안이 발표되자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었다.

이같은 분위기는 이라크 철군안과 관련,아무런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던 이스라엘 관리들이 미국의 최후통첩이 있자 미국의 단호한 자세를 찬양하고 나서는 모습에서 잘 드러났다. 또 이스라엘 관리들은 유엔이 정한 이라크의 최종 철군시한이 지나자마자 미국이 걸프전을 시작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지상전이 시작되기를 「기대」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벤자민·네탄야우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22일 밤 『이라크가 또다시 주변국가를 침략할 수 있는 군사력을 보유한 채,또 사담·후세인이 건재한 상태로 이번 걸프전이 끝나서는 안 된다』며 『이스라엘은 부시 대통령의 단호한 자세를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탄야우 외무차관의 발언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에서 사담·후세인 제거와 이라크 군사력 파괴라는 점에서 이해가 일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정부의 관심은 걸프전보다는 전후 중동문제 특히 팔레스타인문제에 쏠리고 있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이라크가 주장해온 팔레스타인 연계주장에 상관없이 걸프전 종전 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문제를 해결하라는 국제적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이같은 압력에 대한 대처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다비드·레비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최근 국회 연설에서 『이스라엘은 점령지내 팔레스타인인 중 대화상대자를 찾아내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아무런 준비도 없이 외부의 외교노력이 시작될 경우 이스라엘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태도는 팔레스타인문제는 직접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외부압력에 대처하는 방어적 수준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 점령지내 팔레스타인인들은 미국이 이라크 철수안을 거부하고 지상전을 강행할 의사를 보이는 데 좌절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 군당국은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등 점령지를 봉쇄,외국보도진의 출입을 막고 있어 팔레스타인인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없었다.

요르단강 서안의 중심도시인 나블라스의 팔레스타인 지도자인 사이드·캐난(50)은 2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라크가 무조건 철수를 받아들인 것을 모두 환영했다』며 『미국이 이를 무시하고 최후통첩을 한 것은 미국의 목적이 쿠웨이트 탈환이 아니라 이라크를 파괴하는 데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걸프전의 해결방식이 곧 장래 그들의 운명과 직결되는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은 상반된 기대 속에 최후통첩시한을 초조히 기다리고 있다.<예루살렘=배정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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