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더 버티면 궤멸” 사실상 항복/이라크 “무조건 철군” 배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더 버티면 궤멸” 사실상 항복/이라크 “무조건 철군” 배경

입력
1991.02.23 00:00
0 0

◎군사적 패배,명예철군 통한 「정치적 승리」로 전환 의도/이 점령 팔레스타인문제 거론안해 미 거부 명분 안주려이라크가 쿠웨이트로부터 이라크군의 무조건 철수를 전제로 한 소련의 평화중재 8개항을 받아들임으로써 대규모 지상전으로 번질 뻔했던 걸프전쟁의 불길은 일단 수그러드는 느낌이다.

아랍권에서의 반응은 다국적군의 무차별 공습에도 불구하고 「결사항전」을 호언하던 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무조건 철수」를 받아들인 것은 그 내막이야 어떻든 간에 사실상 「항복」을 의미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랍정세 분석가들은 후세인의 소련 평화중재안의 전격수용은 막다른 곤경에 처한 그가 피할 수 없는 결과인 「군사적 패배」를 외교기술을 통해 「정치적 승리」로 전환시켜 보려는 시도로 평가하고 있다.

이라크군은 아직 저항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지난 1월17일 걸프전이 발발된 후 9만회가 넘는 다국적군의 공습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음이 분명해 앞으로 계속될 공습과 대규모 지상공격에 결국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후세인도 스스로 깨닫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후세인은 다국적군의 대규모 지상공격이 임박해지고 있는 시기인 지난 15일 혁명평의회 발표를 통해 쿠웨이트로부터 무조건 철군을 골자로 한 유엔660호 결의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음을 시사,다국적군의 지상공격에 제동을 걸고 외교적 이니셔티브를 통해 「명예로운 철군」의 길을 모색했었다.

후세인은 미국에 무릎을 꿇기보다는 지난날 군사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맹방인 소련에 손을 벌려 해결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판단된다.

걸프사태에 미국과 보조를 같이한 소련도 막상 전쟁이 시작된 후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이 지역에서 최소한 자국의 이해를 지켜나갈 계기를 찾지 않을 수 없었고 이것이 후세인의 접근을 가능케 한 요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후세인은 더 이상 버틸 경우 이라크의 국가보존과 자신의 정치적 기반 및 생명조차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무조건 철수를 시사했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 21일 밤 『끝까지 싸우겠다』는 강경입장을 라디오방송을 통해 발표,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이 같은 강경발언은 아지즈 이라크 외무장관이 소련 평화안에 대한 자신의 답변을 가지고 모스크바로 향한 뒤 곧이어 나온 것으로 「무조건 철수」란 카드를 내놓기에 앞서 실의에 빠져 있는 자국 국민들에 대한 설득·무마목적이 담겨 있는 것이었음이 분명하다.

후세인의 이 같은 강·온 전략과 양면성은 객관적으로는 위기에 대처하는 전략으로 보이나 개전 이전부터 그가 치밀하게 계산한 일관성 있는 목표에 근거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소련과 이라크가 합의한 평화안에서 후세인이 그토록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팔레스타인문제 연계주장이 한마디 언급조차 없이 배제된 점이 주목되고 있다.

이는 팔레스타인문제 연계를 「절대불가 조건」으로 공표한 미국에 협상안 거부의 빌미를 주지 않음으로써 미국의 선택입지를 어렵게 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풀이된다.<암만=이상석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