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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박한 걸프 종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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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박한 걸프 종전(사설)

입력
1991.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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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쟁이 종막에 다가서고 있는 것이 거의 확실해졌다. 문제는 전쟁으로 끝나느냐,협상으로 끝나느냐 하는 차이에 있다. 다국적군이 전면적인 지상전으로 이라크의 목에 쐐기를 박느냐,사실상 후세인 대통령의 항복을 뜻하는 종전협상으로 끝나느냐 하는 두 갈래 길이다.22일 소련측에 의해 발표된 이라크의 「종전 8개항」은 전후 처리를 규정한 7개항에 앞서 이라크군이 쿠웨이트로부터 「무조건 완전철수」하겠다는 첫 대목이 핵심이다. 지난 15일 이라크가 혁명평의회 이름으로 발표한 10개항의 종전안에서 완전히 후퇴한 사실상의 항복선언이다.

그러나 소련과 이라크가 합의한 8개항의 종전제안을 자세히 들여다 본다면 「무조건 완전철수」라는 말과는 달리,상당한 「조건」이 될 수도 있는 구상임을 알 수 있다.

이 제안은 명시하지는 않았지만,사실상 살아 남은 이라크군의 군사력과 후세인 대통령체제의 온존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철군 감시」를 유엔 안보이사회가 위임하는 「비당사국」에 맡기고,세부사항에 관한 결정도 유엔 안보이사회에서 공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이라크가 쿠웨이트로부터 철수하되,형식상 다국적군과 대등한 입장에서 「명예로운 철수」를 하겠다는 구상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조건부의 무조건 항복」이다.

미국으로서도 이번 전쟁의 목표를 어느 선에 두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아직도 논쟁거리로 남아 있는 상태다. 쿠웨이트로부터 후세인의 군대를 밀어내는 데서 끝나야 한다는 데서부터,이라크의 엄청난 군사조직을 해체하고 후세인체제의 몰락까지 밀고 가야 한다는 강경론에 이르기까지 의견이 다양하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이런 다양한 주장 중에서 어느 선을 택하고 있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군고위 당국안에서도 이라크의 완전 붕괴는 새로운 문제를 불러들일 것이라는 신중론도 있다. 아마도 이라크의 위협적인 군사력을 어느 정도 「거세」하고,바그다드에 효과적인 친서방정권이 등장할 수만 있다면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게다가 본격적인 지상전을 통한 쿠웨이트 수복에 나섰을 경우 치러야 할 희생이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는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전쟁이다.

워싱턴 당국은 후세인이 내민 「조건부의 무조건 항복」을 전후 중동질서 확립이라는 관점에서 면밀히 손익계산을 따질 것이다. 어차피 승리는 받아놓은 밥상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으로서는 아마도 보다 분명한 후세인의 「무조건 항복」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또한 이 지역의 전후 질서개편에서 소련과 주도권을 나누어 갖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벌써부터 전후를 겨냥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우리로서도 눈을 뜨고 사태의 향방을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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