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현대계열 고려산업회장 도끼피습/당시 사장… “양 회장 간섭 심하니 혼내 주라”/동아파 폭력배에 부탁 후 도피자금 대줘지난 87년 12월14일 현대그룹 계열사인 고려산업개발 회장 양봉웅씨(68)가 아파트에서 손도끼 습격을 당한 사건은 당시 이 회사 사장 정몽우씨(사망·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4남)의 지시에 의한 청부테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지검 동부지청은 21일 이 사건으로 수배중 지난해 12월 중순 경찰의 불심검문에서 검거된 폭력배 양현기씨(35·전과 5범·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3동 773)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 양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했으며 지난달 19일 열린 1차 공판에서도 양씨가 같은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의하면 양씨는 광주 동아파의 행동대원으로 평소 형님이라고 부르며 따르던 당시 정 사장으로부터 87년 12월11일 『양 회장을 혼내 주라』는 지시를 받고 친구인 김용강(31·당시 용역회사 직원) 정이남씨(구속중) 등 2명에게 부탁했으며 김씨는 다시 무섭·무진이라는 폭력배 2명을 끌어들였다.
이들은 사흘 뒤인 14일 하오 7시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09동 양 회장의 집에 찾아가 김씨와 정씨는 망을 보고 무섭 등 2명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귀가하는 양 회장의 머리를 향해 손도끼를 내리쳤으나 양 회장이 재빨리 피해 왼쪽어깨에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으며 망보던 김만 현장에서 양 회장의 운전사 등에게 붙잡혔다.
그 뒤 김씨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고 복역중 88년 항소심서 집행유예로 석방됐으며 공범 정씨는 지난해 9월말 경찰에 검거돼 살인미수 혐의로 1심계류중인 상태이다.
이번에 구속기소된 양씨는 검찰에서 『정 사장이 오래전부터 「양 회장의 견제가 심하니 출근을 못 하게 해 달라」고 부탁한 뒤 자꾸 독촉해 범행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양씨의 진술에 의하면 정 사장은 당시 『내가 쓰는 판공비,회사운영 자금 등을 양 회장이 일일이 간섭하고 사소한 일까지 아버지에게 고자질한다』고 양 회장을 미워했었다.
양씨는 범행 사흘 전 정 사장으로부터 고려산업개발의 골재운반권 보장약속과 함께 착수금조로 1백만원,범행 다음날 도피자금으로 3백만원을 각각 받았다고 진술했다.
양씨는 지난 78년 동아파 행동대원일 때 같은 조직원을 식칼로 찔러 살인 미수혐의로 광주고법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바 있으며 85년부터 1년간 현대건설의 한강종합개발 사업현장에서 일할 때 정 사장을 알게 돼 수시로 용돈·생활비를 얻어 써온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평소 정신질환증세로 시달려온 정 사장은 지난해 4월2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남서울호텔 객실에서 음독자살한 시체로 발견됐으며 양 회장은 지난해 3월 고려산업개발 회장직을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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