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이 「수서의혹」과 관련,검찰에 제출했던 민원서류가 당에 불리한 내용이 삭제된 변조문서임이 뒤늦게 밝혀짐과 동시에 지난해 8월 열린 당정회의에서 「청와대측의 수서공급 지원」지시가 있었음을 알리는 메모가 폭로됨에 따라 수서의혹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이 두 가지 새로운 사실의 등장은 수서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미진했고 축소됐음을 반증하는 것이어서 수사결론에 대한 신빙도가 뿌리째 흔들리고,그 같은 수사에 근거해서 만든 정부의 수습책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먼저 문서변조는 민자당 수뇌가 수서공급에 깊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게 한다. 변조된 내용이 「최고위원과 대표최고위원의 결재가 있었다」는 점과 「수서민원을 수용하는 것이 가하다」는 두 가지로,수서특혜에 당이 관여한 사실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변조」에 관련된 서청원 제3정책조정실장이 수서민원을 우편으로 접수하는 관행을 무시하고 직접 접수했고,당정회의에 서울시 담당 제1,제2정책조정실장은 배석하지 않고 건설부 담당인 서 실장만 참석했으며 서 실장이 임명한 부실장이 정태수 회장 산하의 한보철강 사장직을 역임한 사람이라는 사실 등 정황증거들이 「개입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두 차례나 당정회의를 열어서 수서특혜를 가능케 해준 민자당에도 한보가 사례를 했을 것이 아니냐는 당연하고 상식적인 의문이 있는 데다가,구속된 김동주 의원이 주장했다는 「서 실장을 통한 거액유입설」 폭로의 진위를 둘러싼 숨바꼭질까지 겹쳐 있는만큼 문서변조사건은 서 실장의 결백주장으로 끝날 성질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김용환 당시 정책위의장이 「청와대측의 지시」가 있었음을 알리는 건설부 국장의 메모는 수서공급이 장병조 비서관 이상의 청와대측 인사가 영향을 비쳤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정부의 수서의혹에 대한 수습조치가 제때에 특혜공급이 백지화되고,정태수 회장과 관련의원 등에 대한 강제수사가 기동성 있게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세칭 외압설에 대한 납득할 수 없는 수사결론 때문이었다.
부총리까지 참석한 고위당정회의와 서울시장,건설부 장관,국회 건설위를 입체적으로 지휘해야 가능했던 큰 민원을 1급비서관 혼자 총괄했다는 결론을 국민들은 납득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수사당국은 전 청와대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도 수사함으로써 성역없는 수사를 폈다고 강변했으나,결과적으로 면죄부만 준 축소수사였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따라서 「청와대지시설」에 관한 새 정황 증거가 나타난 것은 외압설에 대한 검찰결론을 불신케 하는 새 변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오늘 평민당 김대중 총재가 수서특혜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발표하리라고 한다. 김 총재의 공세가 아니더라도 여론의 대세로 보아 수사의혹은 현상태에서 수습하기가 어려운 상황임을 느끼게 한다. 어떻게 보면 수서의혹의 조기수습 실패는 후반기 레임덕현상의 본격적인 시작을 의미한다. 재수사를 펴 미진한 부분은 모두 밝혀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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