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중재 거부땐 복잡한 양상 우려/이라크군 궤멸 눈 앞에 두고 주춤걸프전은 새롭게 등장한 두 가지 상황을 놓고 종전과 확전의 아슬아슬한 갈림길을 선택할 순간에 섰다.
첫째 상황은 고르바초프 외교의 등장이다. 당초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19일 걸프전 종전안을 제시했을 때 그것은 사담·후세인의 동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소련은 늦어도 2∼3일 내에 이라크측의 회신을 받아 올테니 그 동안만은 미 지상군 공격을 하지 말 것을 공식 요청했었다.
20일 밤 12시로 예상되던 바그다드의 회신은 결국 모스크바에 도착되지 않았다. 대신 아지즈 이라크 외무장관이 다시 사담·후세인의 훈령을 갖고 직접 고르바초프를 만나러 간다고 발표됐다.
당초 소련은 미 지상군 진격이 임박하다는 인식 아래 고르바초프의 대안을 이라크가 수락하면 바그다드에서 그대로 발표해도 좋다고 말했었다.
다급한 소련의 진심은 아랑곳 하지 않고 아지즈 외무장관이 굳이 모스크바를 방문한다는 것이 이번 고르바초프의 제의가 소련의 일방적 조치로 취해질 것이라는 개연성을 던져주고 있다.
소련은 이번 걸프전쟁이 미국의 일방적 승리로 끝나려 할 때쯤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소이라크는 지난 30년간 한 번도 우호관계를 일탈해 본 일이 없으며 중동에서의 확실한 소련 통로로 남아 있었던 것인데 걸프전으로 체제 자체가 괴멸하게 되자 우선 소련내 보수주의자들이 고르바초프에게 반기를 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예고르·리가초프 전 정치국원,강경파 보스 빅토르·알크스니스 대령 등은 이라크를 온전히 미국에 맡길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고르바초프는 결국 유엔결의에도 이라크의 쿠웨이트 철군만을 규정 했으니까 그렇게만 하면 될 것이 아니냐며 미국을 주춤거리게 하고 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체니 국방파월합참 의장선의 전쟁지휘부는 대체로 「소련이 전쟁막판에 벌이는 몇마디 외교」를 대수롭게 여기려 하지 않는 듯하다. 소련은 우선 복잡하고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중동전에 뛰어들 여유가 없다는 판단에서인 것 같다. 그러나 소련의 사담·후세인을 싸고 돌려는 외교노력은 어쩌면 걸프전을 매우 복잡한 중동전으로 몰아 붙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며,때문에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는 여론도 없지 않다.
두번째 상황은 걸프전의 지상전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는 현실이다.
18일 미 제1보병사단 산하 특수부대는 쿠웨이트 전역의 국경선을 넘어 지상전투를 벌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제2국면전은 다국적군에 전과를 안겨줄 것이다. 슈와르츠코프의 회견처럼 이라크군은 철수명령이 내린다 해도 부서진 탱크,모래밭에 처박힌 차량들을 그대로 내버려두고 떠날 수밖에 없는 지경인데 이런 상태의 이라크군을 공륙전으로 공격하면 이라크군의 주력은 고스란히 주저앉을 것이 거의 확실한 것이다.
고르바초프의 외교전과 이미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공륙전의 행보가 어느쪽이 빠를 것인지는 불과 며칠 안에 밝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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