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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국민이 죽여라 살려라면 모두 불행”/노 대통령 기자간담회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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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국민이 죽여라 살려라면 모두 불행”/노 대통령 기자간담회 내용

입력
1991.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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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관행도 지금은 용납 못해/수서 관심있었다면 시장 불러 해결했을 것/유언비어성설들 안 믿어… 자정노력 기대”노태우 대통령은 취임 3주년을 앞둔 21일 낮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1시간10분여 동안 최근의 수서사건과 정치개혁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향후 국정운영 구상 등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의 요지이다.

­대통령 취임 3주년을 맞는 지금의 심경은.

『무슨 일이든지 기복이란 게 있게 마련입니다. 시대의 양상이 바뀌어감에 따라 그에 순응해야 할 것입니다. 이젠 국민들도 변화하지 않을 것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민주주의를 정착시켜나가는 데는 여러 가지 진통이 있게 마련이지요. 천편일률적으로 깨끗하다면 민주주의가 아닐 것입니다. 과거의 관행에서는 덮어 두어야 할 일들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커다란 문제로 부각될 수도 있는 것이겠지요. 이에 따라 따끔하게 회초리를 맞는 사람들도 생기게 되는데,수서사건도 이같은 맥락에서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수서사건에 대한 심경은.

『한 동안 고통스럽고 화도 났습니다. 아무리 겪어야 할 진통이라고 하지만 특히 바로 나의 수하인 청와대비서관이 개입된 비리가 일어난 데 대해… 딴 곳에서 일어난 것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깨끗한 정부를 구현하겠다고 출발약속을 했지 않았습니까. 마음 속으로 큰 타격을 받은 것 사실입니다』

­시중에는 검찰수사 결과발표 이상의 유언비어가 많습니다.

『유언비어는 바람직스럽지 않습니다. 근거가 없는 온갖 설들이 난무해 정신차리지 못할 지경입니다. 유언비어는 민심을 불안하게 할 뿐입니다. 민심이 불안하게 되는 것을 원하는 국민들은 아마도 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현재 진실여부를 가리는 검찰수사가 철두철미하게 진행되고 있으므로 모두가 그것을 지켜봐야 합니다. 또한 수사가 철두철미하게 진행되도록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원배 의원의 양심선언에 대통령이 두 번이나 보고받았다는 대목이 있는데.

『검찰의 수사에서 벌써 다 밝혀지지 않았습니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세요. 수서문제야 내가 관심이 있었다면 내가 왜 2년씩이나 두고 보겠습니까. 서울시장을 불러 직접 보고를 받고 금방 해결해버리지요. 삼척동자도 알 만한 상식 밖의 일입니다. 그런 말에 현혹돼서 말이 말을 낳는 것이 한심스럽습니다』

­평민당과 김대중 총재,민자당에도 로비자금이 유입됐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나는 유언비어성의 그런 얘기를 하나도 믿지 않습니다. 비서진들에게도 이런 일에 관해 심히 언짢은 얘기를 했습니다만… 공명정대하게 검찰에서 밝혀진 것을 믿어야 합니다. 국가원수가 그런 유언비어에 현혹돼서는 안 될 것입니다』

­13대국회를 해산하고 14대총선을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내 견해는 엊그제 특별담화에서 다 밝혔습니다. 앞으로는 깨끗한 선거를 해야 하고 이를 위해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특히 정치자금을 공명정대하게 양성화해야 할 것입니다. 불행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의원의 윤리규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회법을 개정해야 할 것입니다. 적절한 개선책이 정치인 스스로부터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부분적인 이런 일들로 해서 언론을 위시해 온 국민들이 죽여라,살려라 대들다 보면 우리 주위에서 밝은 빛은 사라지고 어둠만 깔리게 됩니다. 우리 모두 희망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내가 외국에 나가서 훌륭하게 대접받는 것도 다 우리나라가 그 만큼 발전됐고 희망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자나깨나 일주일 열흘이 지나도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왈가왈부하고… 우리 스스로가 칼로 눈을 찌르고 귀를 자르고… 나중에는 심상까지 훼손하려 하는데,이것은 스스로 죽자고 하는 것입니다. 제발 각계 지도자 국민,특히 언론들도 균형감각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환자에 대해 너도나도 나서서 처방을 내고 수술칼을 들이대면 되겠습니까. 용한 의사가 치료하도록 맡겨야 될 것입니다. 총선문제에 대해서 일부 의견이 있는 모양인데 그런 문제에 대해 대통령인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고 봅니다.』

­김대중 총재 등 여야 지도자들과 정치쇄신을 논의할 의향은.

『그런 생각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것이 좋은 방안이라면 내 자신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걸프 지상전이나 발발해야 수서에서 관심이 멀어질 것 같습니다만….

『언론의 보도는 미래까지를 감안한 장기적 안목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민주주의라는 게 그리 쉽게 되는 게 아닙니다. 짧은 우리 역사를 보면 이 정도 한 것만도 빠르다고 해야 할 겁니다.

그러면서 언론에 바라는 것은 부정적인 것만 부각시킬 게 아니라 희망을 주는 밝은 부분도 있다는 점을 알리는 균형감각입니다. 이런 것들은 자율성이 보장된 가운데 이뤄져야 합니다』

­임기가 2년 남았는데…. 국정의 우선을 어디에 둘 계획입니까.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부터 극복해야겠고… 새 질서를 잡기 위한 불은 붙었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이 여기에 앞장서지 못하는 것을 국민들은 안타깝게 보고 있습니다. 이 점을 촉구해서 정치권이 앞장서도록 하는 게 시급합니다. 정치권만 시대상황에 맞도록 변화되면 모든 분야는 쉬울 것으로 봅니다. 대통령선거 당시 내 임기중 개인소득 5천달러시대를 오게 하겠다고 했는데 임기내에 7천달러는 넘으리라고 봅니다. 여기에 남은 지제제만 실시되면 대부분 약속은 이행됐다고 할 수 있어요. 민주·번영 다음에 남는 것은 통일인데 모스크바에 이어 멀지 않아 북경의 문도 두드리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평양문을 열기도 쉬워질 것입니다. 내 임기중 통일의 결정적 기반을 만들려고 합니다』

­남북고위회담이 연기되는 등 남북대화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전망을 말씀해주십시요.

『팀스피리트로 인한 잠시 후퇴는 예년과 마찬가지 입니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한 북한의 태도는 작년에 비해 훨씬 나은것입니다. 북한도 자기네의 입장이 있을텐데 팀스피리트를 반대해오다 갑자기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도 현상황에서 팀스피리트를 중단할 수 없고. 북한이 우리 만큼은 아니라도 전향적 성의를 보이고 있으니 총리회담이 연기됐다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자제 실시 시기·방법에 대해선 어떤 구상이 있습니까.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검토중입니다』

­당직개편과 관련,김영삼 대표최고위원과 불화설이 있습니다.

『새 모습을 갖추자면 얼굴을 맞대고 신중히 해야 하는데 시간 좀 끌었다고 싸움이나 하는 것으로 나쁘게 보면 곤란합니다. 임기 3년을 밝게 웃으며 맞지 못한 것 같아 유감입니다. 나의 부덕한 소치로 생각하고 앞으로는 덕을 쌓을테니 여러분도 협조해주기 바랍니다』<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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