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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자구노력이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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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자구노력이 안보인다”

입력
1991.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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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음결제 바쁜 은행들 「살리기 결정」 뒤 불안감/부동산 처분계획 제출등 늑장/계속지연 땐 “특혜” 비난 못 면해수서사태를 일으킨 한보그룹에 대해 주거래은행들이 자금지원원칙을 세워놓고 매일매일 한보의 만기어음을 결제하는 데 정신이 없는 가운데 정작 당사자인 한보그룹은 자구노력 마련에 늑장을 부리고 있어 한보 처리에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1일 조흥 서울신탁 등 한보그룹의 주거래은행에 따르면 한보그룹측에 대해 지난 13일께 조속히 자구노력내용을 세부적으로 정리,은행에 제출해줄 것을 요청해놓았으나 아직까지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정확한 자금수요와 조달가능성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채 단자사의 한보 만기어음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상황이 어려울 때는 대지급을 해주며 하루하루를 버티어나가고 있는 실정이다.은행실무자들은 『매일같이 구체적인 부동산 처분계획서 등을 빨리 제출하라고 전화로 독촉하고 있지만 작성중이라는 말만 반복해서 듣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보측 관계자는 『23일께 전체 임원과 현장소장 등을 망라한 회의를 가진 후 다음주까지는 자구노력내용을 은행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측의 고민은 한보가 자구노력 세부내용을 제출하더라도 한보의 자금사정을 호전시키건,혹은 적어도 불안감을 씻어줄 수 있을 정도의 자구노력 규모가 나오기는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조흥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미 한보의 담보가 부족한 상태였기 때문에 평소에도 한보의 부동산 신규취득이나 처분 등 재산변동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왔었다』며 『자구노력을 한다 해도 개인소유의 빌라 등 일부 개인재산을 처분계획서에 포함시켜 성의를 표시하는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보의 자구노력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은 이미 1백37억원을 대지급형식으로 한보에 대출해줬다. 한보주택의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의 경우 대지급금이 57억원,신규대출금이 35억원 등이다. 한보철강의 주거래은행인 서울신탁은행도 45억원을 대지급했다.

이 대지급금 역시 비록 기존의 지급보증을 대출로 전환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은행의 대출여력을 갉아먹기는 마찬가지. 한보에 이 정도의 자금이 투입되는만큼 다른 기업들은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은행의 대지급 및 신규대출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단자사들의 기간연장 기피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기업의 자구노력 규모는 통상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존속시키느냐,도산시키느냐,혹은 제3자 인수시키느냐 등의 향후 방향결정에 매우 중요한 잣대역할을 해왔다.

한보의 경우에도 지난 17일 한보의 채권은행인 조흥 상업 서울신탁 및 산업은행의 행장급 인사들이 긴급 모임을 갖고 「한보살리기」로 방향을 결정짓기 전까지는 「자구노력의 정도」가 매우 중요한 변수였다.

조흥은행은 한보측에 자구노력 내용을 독촉하면서 계획을 제출 받은 후에 채권은행장들이 만나는 방안을 세워놓고 있었다. 「선 자구노력 후 진로결정」이 자연스러운 일의 처리순서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계획은 17일의 긴급 은행장회의로 방향이 1백80도 거꾸로 돼 「선 진로결정 후 자구노력」으로 바뀌었다. 이날의 회의가 여전히 유효한 상태이므로 자구노력의 내용이 한보의 진로에 대해 갖는 의미는 현실적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한보의 자구노력이 별다른 이유없이 계속 지연되거나 혹은 내용 자체가 아주 빈약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내부 소생력이 없는 기업을 금융지원을 통해 무조건 살리려 했다는,따라서 그러한 결정은 특혜의 산물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주거래은행들이 한보에 대해 자구노력을 독촉하면서 시한을 설정하지 않는 걸 놓고도 너무 느슨한 대응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처음부터 완벽한 자료를 제출 받는 게 아닌 이상 1,2차로 나누게 되더라도 윤곽을 우선 파악함으로써 자금수요의 규모 등을 우선 산출하는 게 시급하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겉으로는 자구노력을 독촉하면서 실제로는 한보의 고의적인 늑장부리기를 방치하고 눈감아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홍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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