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사건으로 정치권이 엄청난 회오리에 휩싸이고 국민의 공분이 채 가시지 않는 가운데 정치권은 곳곳에서 이전투구 양상을 부끄럼없이 자행하고 있다.평민당의 이원배 의원은 「양심선언」을 통해 청와대가 수서의혹의 진원지라고 주장했고 민자당의 김동주 의원은 동료의원인 서청원 의원과 민자당에도 한보자금이 유입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는 주장이 전해져 가뜩이나 뒤숭숭한 정치판을 더욱더 가관으로 만들고 있다.
사실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책임전가식 폭로가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일이 이쯤되면 정치판이 시정잡배들의 판보다 못 했으면 못 했지 나을 것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잘났든 못났든간에 국가권력의 중추부분을 이루는 정치판의 이 같은 행태가 국민들 의식에 미칠 가공할 영향력에 생각이 미치면 답답할 뿐이다.
이 의원이 작성해 수감 직후 평민당측이 공개한 「양심선언」은 내용의 사실 여부와 공개시점에서 또 다른 오해를 낳고 있다.
진정한 양심선언이었다면 소환되기 직전 떳떳하게 밝혔어야 옳았을 것이다. 공개시점이 평민당에 2억원의 한보자금이 유입됐다는 보도가 있고 나서였다는 점도 역시 석연치 않다. 평민당이 수서사건에 깊이 개입됐다는 소문이 나돌 때 김대중 평민 총재는 『하늘을 두고 맹세컨대 한보자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공언했다는 부분도 상기해볼 대목이다.
수서사건의 범죄당사자인 이 의원의 「양심선언」은 그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으며 김 의원의 발언은 불리한 나머지 「너 죽고 나 죽자」식의 공멸성 자폭이라는 지적이 많다. 더욱이 집권당이기에 야권보다 책임이 더 무거운 민자당의 요즈음 모습은 자성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민심수습 의지와 새로 태어나는 자숙의 노력을 보여도 시원찮은 지경에 『당이 무엇을 잘못했으냐』고 항변하는 김영삼 대표의 「당당한」 자세나 특정세력의 정치적 이해 득실이 얽힌 당직개편을 둘러싼 여권내부의 갈등 등은 6공정부의 한계를 드러내 주고 있다면 지나친 예단일까. 하물며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처신이건만 거꾸로 주요당직에 중용된 것은 여권핵심부의 사건수습에 임하는 무감각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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