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도 강자 군림땐 최악” 이스라엘 사우디등/“제거땐 부시의 실수될 것” 요르단 PLO등/미 “전범처리 불가피” 고수속 암살·쿠데타 기대소련이 이라크에 쿠웨이트 철군에 대한 대가로 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정권유지를 보장하자고 나서자 이스라엘과 다국적군 소속 아랍국들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사담·후세인이 이번 전쟁에도 불구하고 권좌에 그대로 눌러앉을지도 모른다는 데 대해 누구보다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국가는 바로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걸프전쟁을 통해 후세인의 몰락을 기대해왔다.
「후세인이 있는 한 중동에 평화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조지·부시 미 대통령이 소련의 대이라크 평화안을 『미흡하다』며 거부할 뜻을 비치자 제일 먼저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등 다국적군에 가담하고 있는 아랍국들도 후세인이 이번 전쟁에서 「아랍의 영웅」으로 등장할 가능성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이라크가 소련의 평화안을 받아들여 무조건 철수를 발표할 경우 이를 환영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면서도 후세인 정권의 존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우디의 파드 국왕은 19일 『이라크는 이번 전쟁으로 쿠웨이트에 끼친 손해에 대해 배상을 해야 한다』고 못박고 『이라크군의 무조건 철수가 없는 한 이번 전쟁은 계속된다』고 선언했다.
사바·알·아마드 쿠웨이트 외무장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설사 이라크가 쿠웨이트에서 자진철군한다 해도 이라크의 현정권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잘라말했다.
사우디와 쿠웨이트 이외에도 다국적군에 각각 2만5천명과 3만5천명의 병력을 파견해놓고 있는 시리아와 이집트도 사담·후세인이 이번 전쟁을 계기로 사라져주기를 은근히 고대하고 있다. 미국에 공군기지를 제공하고 있는 터키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이들 아랍국들은 사담·후세인이 걸프전쟁 종식 이후에도 여전히 아랍의 강자로 군림하게 되는 경우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상정하고 후세인에 대한 암살이나 쿠데타 발생에 희망을 걸고 있다.
후세인은 지난 76년 집권 이래 11차례의 쿠데타 및 암살기도를 모면해왔다.
후세인의 제거를 주장하는 아랍국들은 후세인이 어떤 이유에서건 강경파의 전쟁 강행주장을 거스르고 일방철군을 강행하는 경우 그에 대한 쿠데타 발발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부시 대통령도 지난 15일 이라크의 조건부 쿠웨이트 철군 발표 직후 일부 바그다드시민들의 환호가 있었다는 보고를 받고 이를 『이라크에 반후세인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반가운 징후』라며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모든 아랍국들이 한결같이 사담·후세인의 몰락을 학수고대하는 건 아니다. 이번 전쟁에서 친이라크 입장을 분명히해놓고 있는 요르단이나 알제리 모로코 등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후세인의 제거에 반대하고 있다. 후세인과 장래를 같이하고 있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도 마찬가지이다. 아라파트 PLO 의장은 최근 암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담·후세인을 제거하는 것은 부시(대통령)의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런가하면 지난 80∼88년 사담·후세인과 전쟁을 치른 이란도 아이로니컬하게 후세인 지지편에 서 있다. 이란은 지난해 8월초 발생한 걸프사태를 계기로 이라크와 외교관계를 재개했으며 최근에는 소련과 함께 이번 전쟁의 주요해결사로 나서고 있다.
한편 부시 행정부는 사담·후세인의 전범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당초 『사담·후세인은 다국적군의 공격목표가 아니다』라는 유화적 태도를 보였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전쟁의 조기종식과 전후 중동의 새로운 안보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후세인 제거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후세인을 「사기꾼」이라고 비난하고 군부와 국민들에게 그를 타도할 것을 촉구했다.
요르단의 일부 아랍 관측통들은 사담·후세인이 조만간 극적인 양보를 통해 이번 전쟁을 조기 종결짓는 용단을 내리지 않는 한 「제2의 노리에가」의 운명을 면치 못할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다른 분석가들은 미국은 후세인에 대해 광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아랍과 회교권 대중들의 반발을 우려해 그를 전범으로 처리하기보다는 사담·후세인이 내부반란에 의해 조용히 사라져주기를 더욱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암만(요르단)=이상석 특파원>암만(요르단)=이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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