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철군」에 조기종전 기대/두바이 12불대… 「작년최저」 수준/“종전 이후 점차 회복… 18∼21불선서 안정”국제유가의 하락행진이 계속돼 일부 유종의 경우 지난해 연중최저가를 보였던 6월 수준으로까지 떨어지는 등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18일 현재 중동 두바이유는 배럴당 12.98달러로 지난해 6월28일 12.94달러를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12달러대로 떨어졌으며 오만유도 13.53달러를 기록,걸프전쟁 발발전 25.88달러의 거의 절반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와 미 서부텍사스 중질유도 지난 1월중 OPEC(석유수출국기구) 평균가 21.24달러 보다도 낮은 17달러대와 20달러대를 각각 기록,본격적인 저유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걸프전쟁에도 불구,국제유가가 폭락하고 있는 이유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비축물량방출방침 ▲세계 각국의 에너지절약시책 ▲사우디의 대폭적인 증산 등 산유국의 생산·공급원활화 ▲원유소비국의 경기침체 등으로 요약될 수 있지만 현재의 12달러대는 이상 저유가라는 것이 석유분석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12달러대까지 떨어진 것은 세계 원유수급에 따른 정상적인 가격형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걸프전쟁의 전황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최근 유가가 급락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이라크의 쿠웨이트철수 발표. 물론 미국으로서는 수용할 수 없는 여러가지 조건을 달긴 했지만 아지즈 이라크 외무장관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간의 회담에서 나타나듯 협상을 통한 종전가능성이 남아있고 이로 인한 전쟁조기종결 기대감이 확산됨으로써 국제원유가가 급속히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석유전문가들은 이같은 가격추이는 국제유가가 얼마나 떨어질 수 있을 것인가를 보여준 데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12달러대까지 떨어진 국제유가가 앞으로 유가흐름의 기조가 될 가능성은 없으며 오히려 전쟁이 끝나면 점차 정상가격을 회복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종전 후에도 유가는 계속 떨어져 당분간 저유가시대가 지속된다는 분석도 있다. 그것은 현재 국제원유시장이 공급과잉 상태에 놓여 있으며 앞으로도 이같은 추세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근거하고 있다.
지난해 4·4분기 중 OPEC의 일일 평균공급량은 2천5백10만배럴로 수요에 비해 60만배럴 정도가 남아돌았는데 이같은 공급과잉추세는 올들어 특히 걸프전쟁 이후에 더욱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현재 걸프전쟁으로 중단된 이라크와 쿠웨이트에서의 공급량을 메우기 위해 하루 8백50만배럴로 증산하고 있는데 이중 1백만배럴 정도는 구매자가 없어 싼값에라도 팔 수밖에 없는 실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야마니 전 사우디 석유장관은 이에 근거,종전 이후 OPEC 평균유가가 12달러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야마니 전 석유장관도 산유국과 소비국이 협조한다면 15∼18달러를 유지할 것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문제는 전쟁이라는 특수상황 때문에 단기적인 유가추이는 전망하기 어렵지만 올 하반기 또는 내년까지 이어지는 유가의 큰 줄기가 어떻게 될 것이냐 하는 점.
전쟁중에는 공급과 수요가 조금만 차이가 나더라도 유가가 급변하게 되지만 평화시에는 산유국과 소비국이 세계정치와 경제상황까지도 고려,적정선을 찾으려는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이회성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전쟁이 끝나더라도 당분간 저유가가 지속되겠지만 결국엔 18∼21달러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원장은 세계경제의 회복속도에 비추어 수요증가에 의한 유가상승요인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하며 미국의 석유산업을 어느 정도 유지하기 위해서는 18달러 이하의 저유가가 오래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시각에는 걸프전쟁이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며 이로 인해 미국과 사우디가 세계 석유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방준식 기자>방준식>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