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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미·소 사이서 「생사 줄타기」/소 중재안 적극수용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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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미·소 사이서 「생사 줄타기」/소 중재안 적극수용 의도

입력
1991.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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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협조」 와해 지상전 늦추기/철군 대가로 정권보장 속셈도/미,단호한 협상배제로 선택의 폭 더욱 좁아져조지·부시 미 대통령이 19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걸프전쟁 평화중재안을 거부함으로써 평화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은 고르바초프의 중재안에 대해 그 동안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으며 이라크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독일 빌트차이퉁지의 보도와 회담 직후 소련 관리들의 발언을 종합해 볼 때 고르바초프의 중재안은 ▲이라크에 대해서는 조건없는 선쿠웨이트 철수를 ▲미국에 대해서는 후세인 정권의 존속에 대한 보장을 요구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18일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회담한 타리크·아지즈 이라크 외무장관은 소련의 중재안에 대해 『건설적인 것』이라는 짤막한 논평을 남긴 채 최종 결정권자인 후세인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해 이란을 거쳐 바그다드로 귀환했다. 후세인 대통령의 중재안 수락여부는 아지즈 외무장관이 또 다시 모스크바로 날아 가 전달할 것이기 때문에 이라크의 최종적인 입장표명은 상당기간 늦춰질 판이다.

이러한 사태진전과 중재안의 내용을 고려해 볼 때 후세인의 의도는 ▲미국과 소련과의 대걸프전 협조관계를 와해시키면서 지장선 전투개시를 최대한 늦춰 보려는 속셈과 ▲쿠웨이트 철수의 대가로 자신의 체제유지와 관련한 외교적 보장을 얻어내려는 전략으로 나누어 분석해 볼 수 있다.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과 지상전을 벌이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한 이라크가 우선 다국적군에 지상공격의 최적시기를 주지 않기 위해 소련의 중재안에 일단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군사전문가들은 걸프지역의 조수상황을 고려,이번주가 상륙작전의 최적기로 보고 있다. 이번주를 넘기면서 사막의 모래바람이 다국적군을 불리한 상황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만일 미국이 소련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이라크의 입장표명이 공식화될 때까지 지상전을 늦춰 준다면 진짜 「사막의 폭풍」이 「사막의 폭풍작전」을 방해할 상황이고,미국이 전략적인 측면만을 고려해 「예정대로」 지상공격을 감행한다면 이라크가 기대해온 미소간의 대립구도가 복원될 것을 후세인은 계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고르바초프의 「지체없는」 회답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라크가 아지즈 장관을 통해 개인적으로 후세인의 의사를 전달하는 굼뜬 방식을 취하는 것이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그러난 지난 15일 조건부 철군제안을 내놓은 이래 이라크의 입장이 시간이 갈수록 유연해지고 또한 중재안에서 미국에 대한 핵심적 요구가 후세인 정권의 존속보장이라는 절박한 것임을 주목하는 관측통들은 정반대의 결론을 내리고 있다.

즉 이라크는 이미 쿠웨이트 철군을 결심했으며 최근의 외교적 노력은 후세인 정권의 생존을 담보받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관측통들은 미국을 포함한 다국적군의 지상공격이 명확해진 시점에서 이라크는 쿠웨이트에서 기습적으로 철수하는 마지막 카드를 행사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라크의 미국에 대한 주문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 후세인 정권의 존속보장은 미국과 소련의 이해가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사안이다.

「쿠웨이트 해방」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미국이 내부적으로 후세인 정권의 붕괴를 노리고 있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소련으로 볼 때 후세인 정권이 붕괴하고 친미 정권이 이를 대체한다는 것은 세력균형상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전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이란 등 주변국으로서도 궁극적인 목표는 이라크의 군사적 약화이지 후세인 정권의 붕괴 자체는 아니다.

만일 이라크군이 쿠웨이트를 철수하는 마당에 다국적군이 공격을 개시한다면 그것은 미국이 걸프전에 개입한 근본적인 의도가 어디에 있었는가를 전세계에 폭로하게 되는 것이 될 것이다.

미국이 고르바초프의 중재안에 대해 『아무 새로운 것이 없으며 지상전 공격준비를 계속할 것이다』라고 밝히면서도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최종적인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는 것도 이라크의 요구조건이 담고 있는 외교적 민감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후세인이 어느 것을 노리고 있는가를 현재로서는 속단하기 힘들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개전 이래 다국적군의 대대적 공습으로 사실상 군사적 패배를 감수하고 있는 후세인이 고르바초프와 부시 등 초강대국 지도자 사이에서 생사의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유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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