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노사 등 난제 첩첩/정치논리 배제 새과제새 경제팀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승윤 부총리에 대한 표면적인 인책사유인 물가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일차적인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을 비롯해서 수출부진 타개·통상마찰 해소·농업구조 조정·노사안정 등 우리 경제가 당면한 난제 중 어느 것 하나 실마리가 풀리지 않은 채 그대로 넘겨받은 셈이다.
이와 함께 최 부총리가 6공 출범 3년 만에 4번째 경제팀장이라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정치논리에 의한 경제지배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경제정책의 일관성과 정치 중립성을 얼마나 더 확보하느냐가 새로운 숙제로 던져졌다는 분석이다.
이들 과제의 대부분이 최 부총리가 현장에서 뛰던 3공시절에는 거의 무시됐거나 고려할 필요조차 없었던 것들이어서 과연 최 부총리가 10년 이상 공백을 메우고 얼마나 빨리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포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월중 이미 2.1%나 올라버린 소비자물가는 단기간내 안정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재정과 금융의 팽창운용이 지속되고 공공요금도 대폭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뾰족한 물가대책을 강구하기가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89년 이후 3년째 계속되고 있는 수출부진은 기술개발 지연과 국제무역환경의 악화에 따라 단기간내 타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게 학계나 재계의 중론이다.
최 부총리는 70년대 후반 상공장관 재직시 밀어내기식 출혈수출로 「1백억달러」 고지달성을 진두지휘한 장본인이다.
박필수 전 상공장관이 3공식 수출드라이브를 시도하다가 한미 통상마찰을 자초,중도하차한 사례를 들어 경제전문가들은 최 부총리가 국내기업의 수출관 변화와 교역조건 변혁 등 시대흐름을 정확히 읽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우루과이라운드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세계 각국은 이제 한국을 더 이상 신흥공업국으로 보지 않으며 무역규모 세계13위의 중진국 수준에 맞게 국제교역질서 속에서 적절한 책임을 맡으라고 요구하고 있는 사실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최 부총리는 또 지난 76년 농수산부 장관시절 내용이야 어쨌든 식량자급 목표인 쌀 4천만섬 수확을 달성한 업적을 갖고 있다. 그러나 당면한 농정현안은 쌀 생산과잉에 따른 추곡수매 축소와 수매가 인상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최 부총리 입장에선 아이로니컬하게도 「결자해지」의 처지가 됐다. 특히 농산물시장 개방을 앞두고 농촌지역에서 일고 있는 조직적인 반발을 현역 의원 신분을 지닌 채 어떤 정책대안과 논리로 설득할지 관심거리다.
이 밖에 두자리 수 고물가 속에서 내달부터 거센 임금인상 압력을 집단행동으로 표출할 것으로 보이는 노동계의 요구를 어느 선까지 수용,산업평화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최 부총리가 노동운동을 금기시 해온 60·70년대 인물임을 들어 『가장 생소한 부문은 노사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책난제들의 해결보다 근로자 농민 기업 등 각 경제 주체들이 다시금 의욕을 찾아 맡은 바 생업에 전념할 수 있게 해주는 비전 제시가 더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올 연초부터 잇달아 터져나온 입시부정·의원 뇌물외유·수서 특혜공급 등 소위 3대 의혹사건을 통해 대다수 국민들 가슴에는 정·관·경 등 사회지도층에 대한 깊은 불신이 새겨졌다.
또 수억대의 「검은돈」이 베일 속에서 오고간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남으로써 얼마 안 되는 푼돈을 벌기 위해 온종일 땀흘려 일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허무한 생각과 상대적인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전면 유보된 금융실명제가 제대로 시도됐던들 이런 의혹사건을 막을 수 있지 않았느냐고 아쉬워하는 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새 경제팀은 국민들의 상실감·박탈감을 덜어주고 국민적 경제의욕의 저하를 막을 수 있도록 형평확대를 위한 정책노력을 가시화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턱없는 추곡수매 확대요구나 농어가부채 탕감 등 인기영합적 시책,눈앞에 닥친 지자제선거 후유증 극복 등 정치논리의 무차별적 공세 앞에서 중장기적인 정책운용의 일관성과 정치 중립성을 유지해나가는 것도 최 부총리팀에 주어진 중요현안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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