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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연찮은 한보 과보호(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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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연찮은 한보 과보호(사설)

입력
1991.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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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생존과 경영권은 별개다민의의 행방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알고서 한 처사라면 위험스러운 힘의 오만이다. 전국민의 시선을 모은 검찰의 수서의혹 사건수사 결과가 발표되던 지난 18일 한보그룹에 물려있는 주거래은행들은 한보그룹의 부도를 막아주는 것은 물론 파문의 주인공 정태수 회장 일가의 경영권도 보장해 주겠다고 공언했다. 전례가 드문 이례적인 특혜적 조치다. 중소기업들은 지불수단이 없게되면 가차없이 부도처리가 되는 우리의 금융풍토에서 엄청난 보호다. 그뿐이랴. 한보 정 회장의 불법과 비리는 6공체제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정 회장의 기업관행은 정·경·관 유착을 유도,조장했고 그는 이를 발판으로 오늘의 한보그룹을 창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6공아래의 정부와 여야 등 정치권의 대국민 신뢰도는 심연의 바닥으로 떨어졌다. 회복의 길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격진의 의혹을 일으킨 문제의 기업에 대해 정부 지배아래에 있는 주거래은행들이 왜 느닷없이 특혜조치를 취했는지 석연치 않다. 의사결정과정으로 봐 틀림없이 외압이 관여하지 않았나 하는 강한 추측을 일으킨다.

이형구 산은총재,이현기 상업은행장,이광수 서울신탁은행장,이종연 조흥은행 전무 등 4인의 주거래은행 대표들이 구정 연휴 마지막날인 17일 저녁 모 음식점에서 긴급회동,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당초에는 18일 주거래은행들이 상무회의를 갖고 그 동안 각자가 조사해온 한보그룹 계열사별 재무구조,자금조달능력 등 채무변제 능력을 검토후 구체적인 처리방안 등 정책적인 결정을 내릴 예정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17일 은행장들의 예기치 않았던 조속한 정책결정으로 통상적으로 거쳐야하는 실무검토의 과정이 생략된 것이다.

얼마나 화급하게 소집된 회의인지 김영석 조흥은행장은 부산에서 상경이 불능,전무가 대리참석했다는 것이다. 주거래은행장들이 특혜적인 결정을 내린 다음날인 18일 정영의 재무장관이 청와대로가 김종인 경제수석을 만났다는 것이다. 한보그룹 경영정상화 방안을 골자로한 한보그룹 처리방안을 협의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후 그날 주거래은행의 한보그룹 구체방안이 조흥은행 이 전무에 의해 공식발표됐다. 「체제의 위기」라고 할 정도의 가공스러운 의혹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정태수 회장만 뇌물공여 및 국토이용관리법 위반혐의로 구속되고 기업 한보는 정 회장 일가의 경영권 보존뿐만 아니라 기업적 생존을 보장받았다.

혹자들은 정 회장이 수사과정에서 협조하는 대가로 한보구제를 요청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을 갖고있기도 한다. 사실이야 어떻든 파문의 심각성에 비추어 기업 한보가 과보호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한보그룹의 사원들,협력업체 등이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는일은 없어야 한다. 그렇다고 정태수 회장 일가의 경영권마저 보장해야 한다는 것은 수용키 어렵다. 기업가가 기업의 윤리를 벗어날 때는 그 비리,범법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기업 한보는 법정관리나 은행관리 이후의 제3자 인수 등을 통해 살릴 수 있다. 경제적손실을 최소한도로 줄이면서 기업을 회생시키는 길은 정 회장 일가의 경영권 보호라는 주장은 수서의혹 사건을 단세포적으로만 보는것이다. 수서사건의 핵심은 도덕성이다. 윤리적인 접근으로 해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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