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속정상화 기대속 박 전 시장엔 동정론도/신임시장 “청빈” 동네주민들 “술친구 잃은격”박세직 시장의 경질과 이해원 신임시장의 부임을 맞은 서울시는 신임시장이 수서의 악몽을 하루빨리 불식하고 시정을 정상으로 되돌리기를 기대하면서도 부임 53일만에 물러나는 박 전 시장에 대한 아쉬움이 교차하는 분위기였다.
○…박세직 시장은 18일 하오 5시 이임식을 갖고 수서지구 택지 특별공급 결정에 대해 『아무리 적절한 결정이었다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고 정부와 시정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을 초래한만큼 송구스런 마음 금할길 없다』며 『그 책임이 모두 나에게 있음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시장은 택지공급 결정 배경에 대해 『부임 이후 수서문제가 2년 가까이 끌어온 현안이란 보고를 받고 이 문제가 이미 지난해 12월11일 국회건설위 청원심사소위에서 건설부 서울시가 민원인들의 청원을 받아들이기로 한 만큼 이를 공표·시행치 않아 수서개발이 1년 이상 지연되는 것을 막고 관계공무원들의 시름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1월19일 관계자들을 모두 참석시킨 가운데 장시간 자유공개토론을 한 뒤 확정공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또 결정과정에 대해 『건설부가 공급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고 국회도 여야 만장일치로 청원을 의결해 통보했기 때문에 시가 이를 거부하는 것은 전례가 없을 뿐더러 민주적 절차라고 볼 수도 없었다』면서도 『어쨌든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내가지고 떠남으로써 시정이 정상화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직원들은 『이번 수서사건은 동일사안에 대한 결정과 백지화가 모두 외부에 의해 결정된 셈이어서 지자제 실시를 앞두고 시의 위상은 물론 시행정의 신뢰성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우려하는 표정들.
특히 앞으로 제기될 까다로운 민원들에 대해 담당자들이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정도를 넘어서 충분히 가능한 사안도 몸조심을 하느라 무작정 처리를 지연시키는 등의 역기능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박 시장의 경질을 대하는 시 직원들의 표정은 『불가피 하지만 문책인사 아니겠느냐』면서도 『큰 일을 할 수 있는 재목 한 사람을 아깝게 잃었다』는 동정론이 지배적. 한 관계자는 『박 시장이 비록 실무는 제대로 파악을 못한 채 떠났을는지 몰라도 스케일에 걸맞는 역할로 시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었을텐데…』라며 아쉬움을 표시.
특히 이번 사건과 관련,검찰조사까지 받은 고건 전 시장에 대해서도 『2년간 깔끔한 행정으로 시정을 발전시켰는데 책임공방 논란으로 이미지에 흠을 남긴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는 반응들.
○…한편 신임 이 시장은 기자들과 취임인터뷰 도중 하오 5시55분께 박 전 시장으로부터 축하전화를 받고 약 5분간 통화.
『먼저 신고를 못해 미안하다』고 말문을 연 이 시장은 박 전 시장에게 『그 동안 고생많았다. 여행이나 하면서 머리를 식히라』고 위로.
이 시장은 『조만간 뵙고(시정에 대해) 배우겠다』고 전임 시장을 예우.
○…이 시장의 자택은 국회의원 15년 보사장관 3년이란 그의 화려한 공직생활에도 불구하고 이태원 유흥가 뒤쪽의 평범한 1층 양옥으로 「청빈」하다는 세평을 뒷받침.
동네가게와 복덕방 주인 등 주민들은 이 시장의 임명소식에 『참 잘 됐다』고 기뻐하면서 한편으로 『좋은 소주친구를 잃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하기도(이 시장은 그러나 술을 거의 않으며 끽연도 그만둔지 15년이 되었음).<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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