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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 회담등 “나쁜 영향없다” 판단/북 남북고위급회담 거부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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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 회담등 “나쁜 영향없다” 판단/북 남북고위급회담 거부 배경

입력
1991.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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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수서정세」 국면전환시켜줄까 기피도오는 25일로 예정됐던 제4차 남북고위급회담은 북한측의 돌연한 거부발표로 무산되게 됐다. 북한의 회담거부 이유는 표면상으로는 팀스피리트훈련이지만 내면적으로는 복잡한 득실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의 이같은 태도는 지난해 비교적 활발했던 남북교류와 세계정세 변화에도 불구,북한이 기존노선을 고수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이 회담거부의 명분으로 내건 팀스피리트훈련은 북한에 있어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팀스피리트훈련은 실질적으로 북한이 회담을 진행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주민들에게 팀스피리트훈련의 공격적 측면과 공포를 과장 선전해 온 북한으로선 평소의 입장과 달리 이 기간중 회담을 개최한다는 것에 논리적 모순을 느꼈을 것이다.

팀스피리트 훈련이 갖는 또 하나의 측면은 북한이 전체적으로 얻는 것이 더 많다고 판단할 경우 언제라도 버릴 수 있는 명분용 카드라는 점이다.

이같은 성격은 과거 팀스피리트기간중에도 남북탁구회담(79년) 남북조절위 서울측 대표와 북측 「조국전선」 대표간 접촉(〃) 남북총리회담 실무대표접촉(80년) 제1차 남북체육회담(84년) 등 회담이 개최됐던 사실에서도 엿볼 수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팀스피리트훈련을 이유로 훈련기간중에 모든 회담을 중지한 반면 올해에는 체육회담에는 응하면서 고위급회담만 거부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팀스피리트훈련이 북한 주장대로 회담 개최의 절대적 장애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북한은 이번 회담을 거부키로 결정하면서 대내외적인 득실을 다각적으로 검토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현 단계에서 고위급회담 개최에는 매력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북한은 일본과의 수교교섭 등 대외 관계개선의 필요에서 끌려가다시피 남북고위급회담에 응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회담에 있어서만큼은 다른 변수와의 저울질 끝에 개최하지 않는 것이 전체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듯하다.

우선 북한은 회담 거부가 일본과의 수교교섭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과 일본은 이미 지난달 30일 평양회담에 이어 오는 3월11일 동경회담을 합의한 상태이다. 이는 북한으로 하여금 수교협상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판단을 가능케 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북한으로서는 일본과의 수교가 핵안전조치협정 가입문제 등으로 올해 상반기중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북한은 일본과의 관계 외에도 다른 변수의 조합 속에서 회담 거부의 「유리한」 측면을 발견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일단 이번 회담에서 불가침선언에 대한 우리측의 양보를 얻어내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듯하다.

북한은 이처럼 회담에서 얻을 것이 없는 반면 회담 개최시 수서사건 등으로 복잡해진 남한의 정세가 남북대화 국면으로 전화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우리측의 정세가 불안할 때는 북한이 대화보다는 선전전을 강화해 왔던 사실을 기억할 때 이같은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북한은 오히려 고위급회담을 거부하고 체육회담 등 민간성격이 강한 교류만을 성사시킴으로써 당국간 회담인 고위급회담을 격하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듯하다.

남북관계전문가들은 이같은 요소 외에 북한의 극심한 경제난이 회담 거부의 주요 변수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아프리카 등지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공관철수를 추진할 정도라는 것이다.

북한은 그러나 일본과의 조속한 수교필요성과 소련의 압력 등 대외적 요인에 따라 고위급회담에 다시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 시기는 팀스피피리훈련과 국제의회연맹(IPU) 평양총회가 끝나는 5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정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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