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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정 회장 경영」 유지/채권은행단/자금지원 계속키로(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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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정 회장 경영」 유지/채권은행단/자금지원 계속키로(해설)

입력
1991.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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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파문의 주역인 한보그룹에 대해 주거래은행들이 자금지원을 계속,부도를 막아주기로 했다.이에 따라 특별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한보그룹은 정태수 회장의 경영권이 유지될 수 있게 됐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형구 산업은행 총재 이현기 상업은행장 이광수 서울신탁은행장 이종연 조흥은행 전무 등 한보그룹 채권은행단 대표들은 17일 하오 7시 시내 모 음식점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한보그룹의 처리대책을 논의,기업의 정상적 존속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은행 대표들은 이번 사태가 금융측면에서 발단된 것이 아닌만큼 별도의 제재가 필요한 상태가 아니며 은행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기업을 유지시키는 게 최선이라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석 조흥은행장은 이날 부산에서 미처 귀경치 못해 이 전무가 대신 참석했다.

주요 채권은행들이 이처럼 한보그룹에 대한 자금지원을 합의함에 따라 매일매일 수십억 원의 한보계열사 어음이 단자사로 몰리는 가운데서도 부도사태는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선 “또다른 특혜” 의혹/자구방안 등 없이 돌출 순리 어긋나/수사 조기 종결과 맞물려 외압 추측

수서사태의 주역으로 엄청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다 재무구조도 극도로 취약한 한보그룹에 대해 추가자금 지원과 함께 정태수 회장가의 경영권도 안전하게 유지시켜주기로 한 결정이 내려진 것과 관련,금융계에서 특혜시비가 일어나고 있다.

그 동안 재무부와 은행감독원 등 금융당국이나 조흥·서울신탁은행 등 주거래은행들은 한보그룹의 처리문제에 관해 우선 검찰의 수사가 끝나봐야 윤곽이 나오지 않겠느냐라든가,한보 쪽의 자구노력 내용이 나와봐야 되는 게 아니냐는 식으로 「서두를 것 없다」는 반응을 보여왔다. 이러한 사전절차가 하나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요거래은행 대표들이 연휴 마지막날 느닷없이 자금지원을 합의하고 나온 데 대해 금융계 주변에서는 정치적 결정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상식적인 일의 순서대로라면 한보그룹의 재무구조나 자금조달능력,부동산 처분여부 등의 경제적 분석을 마무리한 후에 기업이 회생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추가자금 지원을 하고 별 가망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 정리절차에 들어가는 것이 순리다. 이 때문에 은행 실무자들은 이러한 기초자료를 만들기 위해 설날 연휴도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왔다.

은행장들 역시 그 동안 이런 상식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연휴 기간이 끝나는 18일께엔 자료준비 등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은행장회의를 가질 계획으로 있었다.

그러던 은행장들이 아직 한보그룹의 자구노력 내용이나 자금조달능력 등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도 17일 갑자기 모여 한보그룹을 존속시키는 쪽으로 서둘러 결정을 해버린 것이다.

현재 상태에서 한보그룹을 존속시킨다는 얘기는 자금조달이 어려워 부도가 날 위험이 있으면 추가자금 지원을 해주고 정태수 회장가의 경영권에도 아무런 손상이 가지 않도록 해주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장들이 이런 결정을 한 이유로 제시한 것은 이번 수사사태가 금융 측면에서 야기된 것이 아니며,기업을 유지시키는 게 은행손실을 최소화하는 길일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 발전에도 유익할 것으로 판단됐다는 것 등이다.

은행장들은 한보의 진로에 대해 이처럼 조기결정을 내린 것을 놓고 결코 외부의 요청이 있었던 것은 아니며 서로 만나볼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은행장들이 서둘러 결정을 내버리는 바람에 18일 상오 10시로 예정돼 있던 주요 채권은행단 상무회의는 무산됐다. 은행장급의 원칙적 결정이 내려진 마당에 실무자들의 분석은 별 의미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 실무차원에서 문제는 존속이냐 해체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리느냐로 바뀌었다.

이러한 급작스런 졸속 결정에 대해 금융계 주변에선 한보 정 회장의 수사 조기결정과 한보그룹의 존속결정이 모종의 상관관계에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엄청난 사회적 물의를 빚었고 자체 자금력만 가지고는 부도사태를 막기 어려운 기업을 추가대출까지 해주면서 살리겠다는 건 경제적 논리로만 따져볼 때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일부 은행장들은 당일까지도 아직 은행장회의가 필요한 시점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에 이날의 모임이 당국의 요청 등 외부 입김없이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홍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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