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공화국의 정국을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는 수서의혹을 세간에서는 워터웨스트 스캔들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70년대 워싱턴 정가를 온통 뒤흔든 워터 게이트 스캔들을 우리 말로 옮기면 수문의혹이다. 명칭부터가 어딘가 엇비슷하다. 그러나 수서의혹은 워터 게이트 스캔들보다는 80년대말 일본 정계를 뒤흔든 리크루트 스캔들과 더 유사하다고 주장하는 논리도 있다. ◆90년대 한국의 수서의혹이나 70년대 미국의 워터 게이트나 80년대 일본의 리크루트는 정치가 국민의 기대를 완전히 배신하고 신뢰감을 잃고 말았다는 점에서 공통성을 지니고 있는데 워터 게이트가 재선의 발판을 다지기 위해 닉슨 대통령이 벌인 정치적인 무리수인 데 비해 수서의혹과 리크루트는 정치가 기업의 불법적인 금전로비에 완전히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는 점에서 보다 유사하다는 것이다. ◆언론의 끈질긴 진상추적 보도가 영구히 은폐되었을지도 모르는 탈법과 부정을 들춰냈다는 것도 이들 3사건의 공통점이다. 그러나 워터 게이트와 리크루트는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부정의 뿌리를 상당부분 파헤쳐 의혹을 풀었으나 수서사건은 가지 하나만을 마지못해 잘라냈을 뿐 뿌리는커녕 줄기조차 건드리지 못했다는 것이 3사건의 상이점이다. ◆처음부터 진상규명의 의지가 전혀 없이 딴전만 피우다가 뒤늦게서야 무겁디 무거운 엉덩이를 간신히 움직인 검찰의 수사발표는 진상규명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눈감고 아웅하는 변명과 구차한 해명이라는 편이 알맞은 내용이다. 미국이 워터 게이트의 재난을 극복하고,일본이 리크루트 돌풍을 견뎌낸 것은 검찰력이 사회정의의 마지막 수호자로서 살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워터 게이트를 다룬 미국의 특별검사와 리크루트를 파헤친 일본의 동경지검 특수부가 비리를 가차없이 잘라낸 결과 미국과 일본의 정치는 도덕성과 윤리관을 확립하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수서사건을 떠맡은 한국의 검찰이 어디에 주눅이 들어서인지 오히려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말았으니 민주화를 소리 높이 외치던 한국 정치는 청정분위기를 되찾을 계기마저 또 한차례 놓치고 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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