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서울시장은 “청와대 숨은 카드” 평/의혹사건에 인선난 가중 「과거인물」 기용/기획원 퇴임·승진겹쳐 희비… “또 단명” 건설부 허탈○…노태우 대통령이 단행한 18일 문책성 인사는 수서사건의 파문이 확대일로를 치닫던 지난주초께부터 구체적 인선작업이 착수됐다는 후문.
지난주초는 감사원의 특별감사 중간결과에 따라 관련부처의 과오가 명백하게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문책성 인사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노 대통령의 결심이 굳혀져가고 있던 시점.
노 대통령은 당시 정해창 비서실장과 손주환 정무수석·김영일 사정수석 등에게 기초적인 인선 윤곽을 짜도록 지시했는데 이때부터 인선의 기초자료를 수집한 김 사정수석 등은 적재적소의 인물을 찾느라 무척 고심했다는 것.
특히 이번 인사가 국민적 의혹사건에 대한 문책성 인사의 후임자를 고르는 일이어서 인물난이 중첩됐다는 후문.
○지난주초 인선착수
노 대통령은 이때부터 수시로 정 비서실장을 통해 인선 윤곽 자료를 보고받았는데 인선팀은 이 과정에서 문책의 범위를 놓고 축소·확대의 난항을 겪었다는 것.
최초의 인선범위는 건설부 장관과 서울시장이었으나 청와대 쪽에 의혹의 시선이 모아지면서 행정수석비서관이 포함됐고,결국 물가문제까지 곁들여 부총리까지 확대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
인선팀은 부총리를 포함할 경우 수서사건에 대한 문책의 수준을 높여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킬 것이라는 우려에 의견이 모아졌으나 민심수습을 고려해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강도높은 지시에 따라 부총리 선까지 확대.
○민선시장 대비 관측
○…이번 인선작업에서 어느 정도 인물난을 겪었는가는 3공과 5공에서 각각 중책을 맡았던 최각규 부총리와 이해원 서울시장이 또다시 기용된 것이 그대로 입증.
부총리에는 인선팀에서 김종인 경제수석을 추천했으나 노 대통령이 『국내외 경제사정으로 볼 때 내 곁에 있어야 할 사람』이라고 밝혀 무산됐고 이에 따라 최 부총리와 정영의 재무장관 등으로 좁혀졌다가 실무경험,원활한 당정협조,경제팀장으로서의 관록 필요성 등으로 최 부총리로 낙점.
서울시장에서는 한때 서울 시정의 경험이 있는 이상연 민정수석이 유력하게 거론됐다가 막바지 「중후한 인물」이 기용돼야 한다는 중론에 따라 전임 장관들 중 이해원 시장으로 결정됐다는 것.
이 시장은 노 대통령이 언젠가 한번 중책에 기용할 것으로 예상했던 「숨겨온 인물카드」라는 게 중평이었는데 이번 인사로 실증된 셈.
특히 그의 행정부 및 정치적 경력 등으로 민선 서울시장 후보 등 후일을 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도 대두.
이진설 건설부 장관은 마지막까지 김영진 토개공 사장과 경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장관이 현직 차관 중 최고참(고시 13회)인 점과 그의 성실성이 인정받아 최종 낙점됐다는 후문
이 장관과 노건일 청와대행정수석비서관의 임명으로 정부내 차관급에 머물렀던 행정고시 13회 출신 두 명은 막차를 타고 함께 유리한 고지로 진입했는데,고시 13회는 고건 서울시장에서부터 이번 문책인사로 퇴진한 이상배 전 행정수석에 이르기까지 두터운 인물층을 형성.
○…최각규 민자당 정책위 의장이 부총리로 기용됨에 따라 현 내각은 「서울문리대 정치학과」 내각으로 불릴 판.
○「정치과 내각」 불릴 판
최 신임 부총리가 노재봉 총리·이상옥 외무장관과 정치학과 동기동창이고 이들은 또 최호중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정영의 재무장관과는 선후배 사이이기 때문.
○…이승윤 부총리가 불과 11개월 만에 퇴진하고 이진설 차관이 건설부 장관으로 영전하자 경제기획원 직원들은 희비가 뒤섞인 묘한 표정.
이날 아침 기획원 간부직원들은 출근 뒤 곧바로 장관실에 모여 이 부총리로부터 수서사건과 관련,설날 휴무중 검찰에 다녀온 뒷얘기를 들었는데 이때만 해도 부총리의 표정과 태도만으로는 거취여부가 불투명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중론.
그러다가 상오 11시께 이 부총리가 측근에조차 행선지를 알리지 않은 채 외출했고 뒤이어 청와대 오찬 참석사실이 확인되면서 경질설이 굳어지기 시작.
이 부총리는 하오 2시께 이진설 차관에게 『자리를 뜨게 됐다』며 전화로 거취를 확인해줬다는 것.
이 부총리는 하오 5시 다소 울적한 모습으로 퇴임식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금융실명제는 우리나라의 문화배경 관습 경제행태에 비춰 아직 시기상조란 생각에 변함없다』고 회고하기도.
○행정 일관성에 회의
○…건설부 직원들은 이상희 장관의 경질은 예상해왔으나 6공 출범 이후 3년 동안 5차례나 장관이 바뀐 점을 들어 건설행정의 일관성에 회의를 표시.
직원들은 『이유야 어떻든 정부가 전임 장관 5명 중 4명을 1년도 안돼 경질하는 풍토속에서 건설행정의 지속성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며 불평.
건설부 직원들은 특히 『토지공개념 정착 주택보급 확대 분양가제도 개선 신도시 건설 제3차 국토개발계획 등 굵직굵직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마당에 차관까지 4차례나 바뀌었으니 장·차관들이 업무파악이나 제대로 할 수 있었겠느냐』며 건설부의 위상을 걱정.
직원들은 장·차관의 경질로 건설행정의 방향이 크게 변화하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하는 눈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