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걸프전 후 사우디(세계의 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걸프전 후 사우디(세계의 창)

입력
1991.02.18 00:00
0 0

◎정치·사회 「대변혁」 예고/참혹한 회교형벌 중단/정당추진… 여성시위도/왕정유지 여부 놓고 보혁 갈등 심각할듯지난 1932년 건국 이후 석유판매로 거대한 부를 축적하고 회교의 사회적·종교적 전통 속에 평화롭게 살던 사우디아라비아는 걸프전쟁으로 격심한 정치·사회적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8억 이슬람교도의 성지인 메카가 위치하고 있는 사우디의 통치자 파드 국왕은 처음 미국이 전개한 「사막의 폭풍」작전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으며 체니 미 국방장관으로부터 위성사진을 증거로 이라크의 위협이 임박했다는 설명을 듣고서야 걸프사태에 대한 미국의 군사력 개입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세로부터 성지를 해방하자는 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성전」 호소도 그만큼 사우디에는 뼈아프게 들린 것이 틀림없다.

미군은 전쟁이 끝나면 사우디에서 과연 떠날 것인가. 그리고 걸프전쟁은 사우디 사회에 어떤 충격을 줄 것인가.

슈와르츠코프 사우디 주둔 미군 사령관은 『미국이 사우디에 새로운 미군기지를 건설할 의향은 없다』고 밝혔지만 이와는 달리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최근 미국이 참여하는 지역안보구조의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전쟁 후에도 미군이 영구적으로 주둔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는 게 사실이다. 석유 하루생산량이 5백30만배럴,매장량이 세계 4분의1인 2천6백억배럴의 석유부국인 사우디의 보호를 위해서라는 명분을 미국측이 내세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쿠웨이트 해방을 위한 미국 주도 다국적군의 개입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란 사태를 아랍국 자신들이 「아랍식」으로 해결하지 못한 대가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랍식」 해결이란 비아랍 외세 주둔의 배격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군대의 장기주둔은 아랍세계에서 사우디의 입지를 어렵게 하고 사우디내 회교원리주의자들의 목소리를 부추겨 안보에 대해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지니는 양날의 칼인 셈이다.

미군들은 대부분 사막에 배치돼 사우디 정치·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몸에 꼭 끼는 군복에 경우에 따라서는 반바지 차림의 미 여군의 사우디 출현은 회교전통사회를 유지하고 있는 사우디국민들에게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외국인의 내륙여행까지 막아온 배타적 국가인 인구 1천3백만의 사우디는 지금 80만명의 외국군과 1천여 명의 외국기자가 바글대고 있다.

부와 전통규율의 힘으로 외세의 영향을 차단해온 사우디사회의 방벽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결국 전쟁이 끝나면 사우디에서는 왕정을 거부하는 자유민주주의자와 회교원리에 충실한 보수주의자들간의 대립이 첨예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사우디는 처형이나 투석,신체절단형과 같은 회교율법에 의한 형벌의 시행을 중단시키는가 하면 정치적 결정권은 없으나 정치자문기구인 「슈라」를 설치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벌써 정치에 있어서 변화를 보이고 있다.

6개월 전만 해도 사우디에서는 상상도 못 했던 정당이 출현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1월6일엔 47명의 부인들이 리야드에서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는 시위도 벌였다. 이같은 시위는 처음 있는 일로 시위참가자들은 교수나 의사 등 사회권력층의 부인으로 국제운전면허소지자였다는 것이다.

반격에 나선 원리주의자들은 이같은 시위는 회교전통을 깨트리는 첫 시도이며 이 다음엔 시야가 가린다고 얼굴에서 전통의상인 차도르를 벗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또 지난해 11월말엔 사우디 경찰이 율법에 금지돼 있는 음주행위를 적발하기 위해 불 보험회사의 연회장 문을 도끼로 부수고 수색했으나 알코올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불 리베라시옹지가 최근 보도했다.

사우디에서 회교원리주의자들은 오랫동안 침묵을 지켜왔기 때문에 정부에 채권을 갖고 있다.

결국 전쟁이 끝나면 회교원리주의자들이나 자유민주주의자들 모두 왕권에 영향을 미치려할 것 같은데 친서방파들은 전쟁결과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어떻든 사우디는 보다 자유롭고 민주적인 국가로 나갈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수학한 압달라·사바기 리야드 상의 사무국장은 사우디 사회가 민주화되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는 이라크의 스커드 공습이 있던 날 패트리어트의 요격을 불꽃놀이처럼 보며 친구들과 박수를 쳤다.

반면 리야드병원 간호사인 압둘·라만은 그 시간에 기도를 올렸다. 사우디에 온 외국인에게 이슬람 정신을 고취하려는 그녀는 외국어 유인물을 나눠주는 원리주의자들의 운동에 가담했다. 『이 위기는 우리가 신으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이다. 가난하나 믿음이 있었던 우리는 석유로 너무 빨리 부자로 변했다. 모두가 냉장고와 별장만 생각하면서 코란경이 원하는 빈자에 대한 도움을 잃었다』고 한탄했다.

이들의 대조적 자세는 걸프전쟁 후 사우디가 맞을 변화를 상징적으로 예고하고 있다.<파리=김영환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