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등 여론조사결과 발표/“월남전 때도 희생 대가 못받았다” 부정적 반응/51%만 개전 찬성… 백인 78%보다 크게 떨어져걸프전쟁이 한 달을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걸프전의 정당성과 미 행정부의 정책들을 둘러싸고 미국내 백인과 흑인의 여론이 크게 엇갈리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지와 NBC방송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백인유권자의 78%가 부시 대통령의 개전결정에 찬성한 반면 흑인유권자는 51%만이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부시 대통령이 무력을 사용하기에 앞서 경제적 제재를 계속했어야 했다고 말한 유권자가 백인은 19%에 불과했으나 흑인은 두 배가 넘는 39%에 달했다.
부시 대통령의 전쟁업무수행에 대해서도 백인은 81%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흑인은 48%만이 호감을 표시했다.
백인들에 비해 흑인들의 반전여론이 높은 것은 부분적으로 월남전의 경험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흑인들은 월남전에서 그들이 미국 사회 구성원으로서 담당해야 할 몫 이상을 해냈지만 종전 후 그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믿고 있다.
월남전 초기 전사한 미군 병사 중 흑인 전사자의 비율이 16%(육군의 경우 20%)에 달해 마틴·루터·킹 목사를 중심으로 흑인들의 징집비율을 낮추기 위한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현재 흑인은 미국 전체인구의 12%에 불과하나 사막폭풍작전에 참가중인 미군 중 흑인병사의 비율은 31%에 달한다.
미군은 현재 지원병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걸프지역에 파견된 흑인병사들은 대부분 스스로 지원한 지원병이다.
흑인들은 『백인에 비해 고용기회가 극히 적은 흑인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군복무가 자원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맥사인·워터스 민주당 하원 의원도 『페르시아만에 파견된 흑인병사들은 그들의 조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활을 개선할 직업을 얻기 위해 자원했다』고 말한다.
또한 흑인들은 미국내에서도 실현되지 못한 이상을 위해 해외에서 자신들의 피를 흘리는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월남전 참전용사인 랠프·쿠퍼씨는 『흑인들은 미국이 치른 모든 전쟁에 참가해왔다』며 『그러나 이 젊은 미국인들은 전장에서 돌아와도 그들이 아직도 미국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많은 흑인들은 또 쿠웨이트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한 미국의 정책차이를 비교,그들의 반전입장을 정당화한다.
이들은 『쿠웨이트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단순히 자신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 불과하고 그들은 부유하고 거만하며 다른 사람들을 착취한다』며 『쿠웨이트인들을 「해방」한다는 생각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고 말한다.
흑인들은 이어 『미국은 2천5백만명의 남아공 흑인들이 단지 6백만명의 백인 통치하에서 신음하고 있는 상황을 40년 이상 목격해 오면서도 그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덧붙인다.
흑인들은 또 미국이 걸프전을 일으킨 이유가 쿠웨이트인들의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석유확보라는 실리를 취하기 위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들은 정책결정과정의 핵심에 있는 부유한 백인들이 소수인종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흑인의 반전여론에 대해 백인 중 51%가 흑인이 다른 미국인들에 비해 「비애국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미 국립여론조사센터의 여론조사결과 나타났다.
그래서 일부 흑인들은 걸프전쟁에 대한 자신들의 반대 견해가 비미국적인 행동으로 이해될까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쟁에 반대하는 많은 흑인들은 백인들의 이러한 비난에 대해 격분한다.
그들은 많은 미국인들이 애국심과 군국주의를 혼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인디애나대 흑인학생연맹 회장 토드·델로니군은 『나는 미국을 사랑한다. 나는 내가 가장 애국적인 사람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싶다』고 말한다.
걸프전쟁이 본격적인 지상전에 돌입,흑인 전사자의 수가 급증할 경우 미국내 흑인들의 반전여론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남경욱 기자>남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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