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명 호응 26억원 모아/국내 불우이웃·해외빈민 구제까지 손길/북한에도 만가마 보내… 2차운동 곧 재개나의 배부름에 앞서 남의 굶주림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나눔의 창구가 돼 줬던 사랑의 쌀나누기운동의 1차 활동이 마무리됐다.
90년 3월부터 이 운동을 공동주관했던 한국일보사와 사랑의 쌀나누기 운동본부는 17일 몽골에 쌀 2백55톤(3천2백여 가마)을 선박 편에 보낸 것을 끝으로 성금(이자 포함) 26억1천여 만 원을 모두 나누었다.
쌀나누기운동은 쌀풍년을 사랑풍년으로 일구자는 운동이었다.
9년 연속 풍작으로 쌀이 남아 돌고 있지만 쌀이 필요한 사람은 줄어들지 않는 현실이 이 운동을 촉발시켰다.
특히 기독교계는 물질의 풍요로움에도 사랑의 기근은 깊어만 가는 세태를 안타깝게 생각,한경직 목사 등 원로들이 중심이 돼 이 운동의 시대적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국일보사는 적극 후원키로 하고 지난해 3월1일부터 성금창구를 열었다.
운동본부와 한국일보사는 지금까지 성금기탁자를 20여 만 명으로 집계했다. 이 운동이 시작되면서 노태우 대통령을 비롯,정치지도자들과 정부기관·기업 등에서 격려를 보내고 호응했지만 성금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이름없는 시민 상인 가정주부 군인 학생 어린이 등 우리 사회의 서민층이었다.
성금창구를 찾은 사람들이 우리의 평범한 이웃이고 성금의 액수가 1천원,1만원이 대부분이었기에 사랑의 쌀나누기운동은 더욱 뜻이 깊었다.
1년을 마무리하는 17일 한국일보사와 운동본부가 집계한 성금총액은 25억8천1백59만4천2백65원. 이자를 합해 26억1천3백7만4천9백87원에 달했다. 이 중 LA 뉴욕 일본 싱가포르 독일 영국 프랑스 브라질 등의 해외교포들이 보내준 성금도 6천여 만 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한국일보사와 운동본부가 정성과 노력을 쏟은 것은 모금이 아니라 나눔이었다. 당초 이 운동을 전개하면서 계획했던 나눔의 대상은 크게 국내 불우이웃과 북한동포,해외빈민이었으며 이 약속은 그대로 지켜졌다.
운동본부는 운동을 시작한 지 2개월 만인 지난해 어린이날부터 사랑의 쌀을 나누었다. 어린이날 아침 전국의 1만3천여 소년소녀 가장들의 쓸쓸한 밥상에 올려진 사랑의 쌀밥은 그들에게 결코 외롭지 않다는 격려와 용기를 주었다.
각 지역의 교회와 상록회 자원봉사자들이 쌀부대를 직접 둘러메고 가가호호 방문,친구가 되어주는 나눔의 방식은 1인당 40㎏(4만7천원 상당)이라는 물량과는 견줄 수 없는 값진 것이었다.
소년소녀 가장에 이어 일부 결식아동과 수재민 사회복지시설 등에도 사랑의 쌀이 나눠졌다. 운동본부는 긴급한 호소가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달려가 난지도 광산촌 등에도 사랑을 전했다.
국내 분배와 함께 운동본부와 한국일보사는 북한동포에게 쌀을 보내는 길을 다각도로 모색,드디어 지난해 7월말 1만가마(8억3천만원 상당)가 남포항에 도착했다.
해방 이후 처음으로 민간차원의 남북교류가 성사된 순간이었으며 국민과 정부에 신선한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실향민을 중심으로 수많은 국민들이 북한에 쌀을 보내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연말부터는 해외빈민에 대한 구제도 펼쳐져 필피핀(5백톤)을 시작으로 방글라데시(9백99톤) 캄푸치아(1백2톤) 인도(17톤) 몽골(2백55톤) 등 5개국의 이재민과 난민,굶는 어린이들에게 한국민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졌다. 해외원조에는 유엔산하단체들의 도움과 관심도 커 국제적으로 사랑의 쌀나누기운동(Rice of Love,Korea)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국내외는 물론 사할린 한인 등 어려운 동포들로부터도 지원요청이 잇따르고 있어 한국일보사와 운동본부는 2차 사랑의 쌀나누기운동을 곧 전개할 계획이다.<한기봉 기자>한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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