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비」 조달지시 후 송년회 전날 유입 「당비수수」/「중대문건」 불구 5일 지나 총재에 보고 「양심선언」평민당은 그 동안의 우여곡절 끝에 수서사건에 관한 중요한 두 개의 문건을 동시에 공개했다.
권노갑 의원은 당비 2억원 수수를 시인하는 「해명서」를,이원배 의원은 미리 작성해 놓은 「양심선언」을 각각 뒤늦게 내놓았다.
이 문건들은 정당이 공개를 했다는 점에서 일단 정치행위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여기에 담긴 주장들에 대한 정치적 의미와 사실여부를 현단계에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평민당은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이 이원배 의원을 통해 권 의원에게 건네준 2억원 당비수수가 사실로 드러나 곤욕을 치르는 와중에서도 사실시인의 바탕 위에서 적극해명에 나서고 있다.
2억원을 수령한 장본인인 권 의원은 16일 일부 석간신문에 「평민당서 2억원 수령」 사실이 보도되자 『이미 작성해 두었다』면서 2억원 수수경위에 대한 「해명서」를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권 의원은 이 해명서에서 『깨끗한 정치자금으로 알고 받았으며』 『한보가 관련된 줄 안 뒤 즉시 이 의원을 통해 되돌려 주었고』 『김대중 총재에겐 15일 밤에 자초지종을 얘기했다』는 주장을 폈다.
또 조승형 의원은 『검찰은 지난 2월3일 권 의원이 이 의원에게 2억원을 되돌려 준 사실을 알고 있으며 이 2억원은 「범행에 사용된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압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으며 당내에선 이를 근거로 검찰의 고의적 유포가능성을 부인치 않고 있다.
특히 평민당은 이를 시인할 경우 베일에 싸여 있던 야당의 정치자금 조달 방식이 직간접적으로 드러나게 될 부담을 감내하면서도 사안의 중요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이 평민당에 깊이 드리운 의혹의 그늘을 걷어내기엔 상당부분 비상식성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적으로 설명이 결여된 부분이 김대중 총재의 인지여부와 그 시기.
권 의원은 『지난해 12월15일 이 의원으로부터 1백만원짜리 수표 2백장을 건네받아 별도로 마련한 2천9백만원과 합쳐 다음날 송년회 석상에서 의원·당직자에게 나눠주었다』면서 『당시 김 총재가 「어떻게 마련했느냐」고 물어 「아는 기업인들에게서 만든 것」이라고만 대답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이어 『15일 밤에서야 비로소 「한보정 회장이 의원수서2억원」 관계를 김 총재에게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억원이라는 거금을 받아 불과 하룻 만에 사용하면서도 자금제공자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지 않고 또 당총재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특히 권 의원은 이 의원으로부터 수표를 받은 뒤 한달 보름 후인 지난 2월1일에서야 비로소 출처를 이 의원으로부터 들었다는 것이다.
다음은 2억원이 유입된 시점과 관련된 경위. 권 의원은 『송년회 전날 이 의원이 갖고 와서』라고 말하고 있으며,이 의원은 『그날 아침 정 회장이 연락해서 갔더니 「존경의 뜻으로 김 총재에게 전해 달라」며 건네주었다』고 설명했다.
권 의원은 바로 다음날 의원·당직자들에게 나눠주었는 데 그 며칠 전 김 총재가 권 의원에게 『귀향활동비를 조달해 보라』는 「포괄적 지시」를 내린 것과 관련,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친 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원배 의원의 양심선언은 일단 평민당의 「청와대 수서개입」 주장을 강하게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이 의원은 이 선언에서 『한보의 정 회장이 지난 1월20일 「홍성철 정구영 이연택 등 청와대비서관이 관련이 있을 뿐 아니라 노태우 대통령도 두 번이나 보고받은 일」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청와대 개입은 장병조 비서관 한 사람 뿐」이라는 검찰의 수사는 근본적인 오류를 범한 것이 된다. 또 검찰은 「선언에 거명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라」는 요구를 외면할 수가 없을 것이다.
평민당은 벌써부터 현 검찰총장인 정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여야 한다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평민당은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모든 의혹관련자 조사」를 외치면서 권력의 핵심부까지 겨냥할 기세다.
○…이 양심선언문을 처음 입수한 사람은 권노갑 총재 특보. 그는 지난 12일 밤 이 의원의 전화를 받고 자신의 운전기사를 보내 이 문건을 가져왔으나 『검찰에서 구속되면 공개해 달라』는 요청 때문에 지난 16일에야 공표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김대중 총재도 지난 16일 상오에야 이 같은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양심선언문 내용이 과연 어느 정도 진실인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이 의원의 자필선언문 자체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몇 가지 의문점이 지적되고 있다.
첫째는 공개경위의 석연치 않은 점이다. 경우에 따라 정권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중요문건을 권 의원이 5일 동안이나 총재에게도 보고하지 않고 소지하고 있었다는 부분은 평민당의 「구조」상 납득키 어렵다.
특히 정 회장이 『김 총재에게 2억원을 전해 달라』고 이 의원에게 부탁했다는 내용까지 들어 있는데도 권 의원이 총재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다음은 이 의원 주장의 사실여부 문제인데 무엇보다도 이 의원은 『지난 1월20일 서린호텔에서 정 회장을 만나 2억원을 돌려주겠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검찰은 이를 정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 의원의 반환문제를 거론한 것은 사건이 터진 뒤인 지난 4일 나이애가라호텔에서 해외 출장중인 정 회장 대신 한 전무와 만난 자리였으며 이때 한 전무가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해 돌려주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1월20일에는 이 의원이 반환을 얘기한 게 아니라 『우리당 김영도 의원이 눈치챘으니 돈이 더 필요하다』고 했고 정 회장은 『이미 상당한 액수를 주었는데 왜 또 달라』고 하느냐고 화까지 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 의원은 「한보가 당비제공 2억원을 자청해 가져 왔다」고 했지만 정 회장은 검찰에서 『이 의원이 먼저 요구했으며 심부름값으로 1억원을 더 얹어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이 의원의 당비 2억원 반환주장이 어느 곳에도 언급되지 않고 있는 점 ▲당의 주택조합 민원처리 과정서는 한보관련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 점 등이 의문으로 남는다.<신효섭 기자>신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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