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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검은 돈 정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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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검은 돈 정치(사설)

입력
1991.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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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의혹」 사건에서 5명의 의원이 구속됨으로써 제13대 국회에 들어와 쇠고랑을 찬 국회의원은 자그마치 15명으로 늘어났다. 대개가 돈 때문에 정치생명을 잃게 됐는데 왜 그랬을까. 뇌물에 대해 더 둔감해졌기 때문인가,아니면 돈이 더 필요해져서 생긴 불가피한 사건들인가.좌우간 국회의원의 비리는 정치자금의 염출에서 출발한다. 정상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으로는 소요되는 정치비용을 도저히 충당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검은돈에 손을 대고 뇌물을 거리낌없이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자금조달을 위해서는 국가와 국민에 대한 책임과 의무 및 도덕심도 팽개치게 되는 것이다. 현행 우리의 정치자금제도는 선진국의 그것에 비해 하나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양질의 민주정치풍토를 조성하고 정국안정을 도모하는 데 있어서는 이 제도는 거의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즉 현행 정치자금법3조에 「정치자금」은 당비,후원금,기탁금,국고보조,후원회모집금품,정당의 당헌당규에 의한 부대수입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의하지 않고는 단돈 10원의 자금을 줄 수도 받을 수도 없는 것이다.

우선 당비,기탁금,국고보조금 등은 거의가 중앙당이 독점한다. 자금확보에 있어 특히 여당의 경우 당비를 정기적으로 수금하고 또 선관위를 통해 지정기탁금도 대부분 확보하는 데 비해 야당은 당비는 생각할 수도 없고 국고보조 등에 기대하며,그러기에 국회의원 선거 때는 전국 후보의 앞순위를 15∼10억원 선으로 판매하는 게 한국정치의 현주소다. 여기서 국회의원들에게 자금숨통을 터준 것이 1백명 이내의 회원으로부터 연간 1억원 한도로 모금할 수 있는 후원회제도이나 이것마저 현재까지 구성된 것은 대부분 여당 의원 것이며 야당은 수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기탁금과 후원회제가 절룸발이현상을 보이는 것은 아직도 우리 현실에선 누구든 당당히 지지하는 정당과 정치인에게 푼돈이나마 기명으로 지원하기를 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여야 의원 모두가 자금에 쪼들리고 있음을 인정한다. 매월 순수한 지구당 운영비만 5백∼1천여 만 원이 소요되는 데다 경조비역시 수백만원이,그리고 갖가지 개인활동비용까지 합하면 매달 최소한 2천여 만 원이 드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여당 의원은 지구당 운영비가 중앙에서 일부 지원되어 야당보다 형편이 나은 편이지만 아무려나 이 같은 경비의 태반은 엄밀히 말해 불법 내지 변칙적으로 조달된 것임에 틀림없다. 때문에 의원들은 너나할것 없이 가깝게는 친지 등,멀리는 업자나 지역유지 등에 손을 내밀게 되어 슬그머니 유착이 이뤄져 검은돈이 오가게 되고 점차 규모가 커지면 결국은 수서케이스처럼 재벌의 하수인 내지 심부름꾼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의원비리의 정도는 수동적인 수뢰(급부)와 로비(반대급부)라는 선을 넘어 검은돈을 요구하며 협박까지 하는 중증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여야 모두 공평하게 정치자금을 염출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게 시급하다. 정치자금법을 고쳐 국고보조의 경우 50∼70%는 반드시 소속의원에게 배분하고 지구당 운영비 등으로 쓰도록 해야 한다. 둘째 의원 개인후원회를 모두가 구성,정상가동되도록 각 지역구선관위가 독려,지원하는 일이다.

회원으로 특정인을 지명하지는 못 해도 야당후원회 가입 때 불이익이 없음을 선관위가 보증하는 계몽운동을 펴야 한다.

이와 함께 의원들의 활동비용을 대폭 줄여야 한다. 먼저 평상시에 과도한 지역구활동을 각 당이 스스로 자제하고 또 선관위가 이를 감독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다음으로 다음 국회에서 제정될 의원윤리실천규범에 경조사는 물론 어떠한 모임이나 행사장에도 화환이나 금품의 제공을 엄금한다고 규정해야 한다. 각종 행사에 대한 지원만 금지시켜도 의원들의 부담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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