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구정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한 지 3년 만에 구정은 이제 신정을 압도하고 설날의 본가임을 입증했다. 구정(15일)을 전후한 황금연휴 4일을 보내기 위해 전체 국민의 절반이 되는 2천만명이 움직였다.구정은 전국 각지로 흩어졌던 가족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조상에 대한 제례와 새로운 한해의 하례를 나누는 명절 중의 명절이다. 신정은 정부의 오랜 정책 아래 뿌리를 내리고 이제 자리를 굳혀가는 단계였으나 음력선호의 전통과 관습에 따른 구정견지의 국민적 관행을 정부가 공인함으로써 이제는 급속히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설날을 공식적으로 두 번 갖는 이상한 나라가 됐다.
전후 역대정권들이 외쳐왔던 2중과세 방지는 이제는 슬로건에서조차 사라지고 사실상 2중과세가 조장되게 됐다. 구정이 역사 깊은 배달민족의 설날이요 국민 다수가 구정을 따라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새삼스럽게 이를 「공인」,신정으로 넘어가던 근대적인 추세를 역행시키고 2중과세로써 사회적 비용을 증대시킬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6공정부가 구정을 공휴일로 지정하기 이전에도 구정을 쇤사람은 쇠ㅆ다. 산업체 특히 제조업체에서는 모두가 신정보다는 구정휴가를 선택했다. 굳이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더라도 구정은 명절로써 지내왔을 것이다. 정부로서는 필요 이상의 선심을 쓴 것 같다.
이스라엘이나 회교국가들은 태양력과 동시에 그들 고유의 유태력이나 회교력을 병행하고 있는데 명절은 그들의 고유력을 따른다. 한국과 같이 2중과세를 하지 않는다. 정부가 구정을 공인함으로써 원하든 원하지 않든 2중과세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 같다. 각 산업이,특히 공무원·사무직 종사자 등 화이트칼라 산업의 생산성 상실은 그 만큼 높아지게 됐고 국민 개개인으로 봐서라도 지출이 그 만큼 더 증대치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번 구정만 해도 공식 공휴일은 14일부터 16일까지 3일이나 뒤이어 일요일이 따라붙게 되어 4일의 연휴가 됐다.
또한 2중과세나 구정과세의 집중으로 교통체증도 그 만큼 심화됐다. 교통이 가장 폭주했던 14일에는 평소에 1시간50분 정도 소요되는 서울∼대전 사이가 6∼10시간이 걸렸으며 서울광주 사이도 12∼15시간이 소요,평소보다 4∼5배나 걸렸다. 또한 14·15일 연휴 이틀 동안에 교통사고는 전국에서 8백88건이 발생,64명이 사망하고 1천1백88명이 부상하는 인명피해가 났다. 정부는 역제하겠다고 공언한 과소비 풍조와 노동기피현상을 부추기는 데도 일조했다고 할 수 있겠다.
정부가 구정공휴일제를 실시한 지 3년 만에 이를 다시 환원한다면 정책이 일관성 없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다. 노사간에 또 다른 시비요인이 될지 모른다. 애초부터 정부가 민속관행에 공권력으로 간섭한 것이 잘못된 것이다. 관습에 맡겨두는 것이 최선인 것을 쓸데없이 건드린 것이다. 구정공휴일을 현재처럼 내버려 둘 수는 없는 것 같다.
구정공휴일에도 사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움직이고 있는 공휴일」이 되도록 공휴일 운영을 개선하는 방향을 찾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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