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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죽은 5의원/김승일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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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죽은 5의원/김승일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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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째 철야조사 끝에 수뢰사실이 확인돼 16일 하오 구속영장이 발부된 국회의원 5명은 수감장소인 서울 구치소로 가기 위해 서소문 대검청사를 나서면서 한결같이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2일 전 검찰의 소환을 받고 대검청사에 들어올 때 보였던 당당한 자세와 여유있는 표정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출두 당시 『나는 결백하다』 『정태수 회장과는 만난 적도 없다』 『정치적 조작극이다』며 수뢰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거나 억울하다는 듯 침묵으로 일관했던 그들은 이날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남기고 수사관들에게 끌려 나갔다.

『혹시,증거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 때문이었던지 무죄를 호언했던 그들은 검사가 제시하는 물증 앞에 체통도 잊고 눈물을 흘리며 용서해 달라고 애원하기까지 했다.

『자진출두해 결백함을 증명하려 했다』 『국회의원을 이런 식으로 대접해도 되느냐』며 취재진에게 큰 소리치며 출두했던 한 의원은 조사도중 수사검사와 마주칠 때마다 허리를 굽혀 인사할 정도로 비굴한 모습을 보였다.

『청원에 대해 잘 모르시겠지만…』이라며 운을뗀 모 의원의 『청원은 국회의원의 정당한 입법활동이다』며 법률지식을 한참 동안 털어놓은 뒤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의원들이 많다』고 결백을 항변했으나 끝내 혐의를 벗지 못하고 영어의 신세가 됐다.

『조사사 끝나면 모든 일이 바른대로 밝혀질 것이다』며 사필귀정론을 폈던 의원도 결국은 검은 돈을 받은 데 대한 죄값을 차가운 감옥에서 치르게 됐다.

『총재에 대한 우회공격』 『정치적 음해채략』이라며 강변하던 의원도 공갈이라는 정치인으로서는 감내할 수 없는 치욕적인 혐의로 수갑을 찼다.

『처녀가 아이를 배도 할 말은 있다』는 속언대로 뇌물불감증에 걸려 있는 오늘의 정치세태 속에서 자신들만 쇠고랑을 차는 것이 억울하다는 심정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애밴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선량들에게서 「희생양」의 모습을 떠올리기보다는 뻔뻔스런 거짓말쟁이임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 국민들의 배신감은 누구로부터 위로 받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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