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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이라크의 종전안(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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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이라크의 종전안(사설)

입력
1991.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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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군의 공개된 전략과 어느 정도 공개적인 스케줄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걸프전쟁은 여러 가지 면에서 선례가 드문 전쟁이다. 애초에 전세계를 상대로 군사적 도발을 시작한 이라크측의 무모한 전쟁이라는 뜻에서도 수수께끼 같은 전쟁이었다. 게다가 이라크 혁명평의회가 15일 쿠웨이트로부터 철수하겠다는 제안을 내놔 또 한바탕 세계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체로 말해서 세계는 이라크 혁명평의회가 「조건부 철군」을 내놓은 진의가 어디에 있는지 의혹과 기대를 가지고 「추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형식상 5개항으로 이루어진 이라크의 조건부 철군제의는 사실상 10개항으로 돼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팔레스타인문제 연계조건 등 종전의 입장보다도 더 요구조건이 늘어난 제안이다.이라크에 동정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이 제의는 이라크가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무조건 철수요구 결의를 받아들였다는 뜻에서 전쟁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본다 하더라도 역사상 수많은 종전협상이 흔히 서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조건의 제시로부터 출발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더구나 다국적군측의 평가에 의하면 이라크군의 전쟁능력은 3분의1쯤이 이미 파괴된 상태다. 앞으로 2주내에 이라크군은 쿠웨이트에서 지상전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약화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월 17일 개전초 미 군사당국의 폭격전과 평가의 실수로 미국측의 발표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통례로 돼 있다. 그러나 압도적인 기술적 우위와 제공권을 쥐고 있는 다국적군이 지상전에서도 승리할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또 지상전은 늦어도 회교도의 단식기간이 시작되는 3월17일 이전에 결판이 나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라크의 후세인 대통령은 그의 정치적 생명을 보전할 수 있는 한도 안에서 그 나름대로 「명예로운 종전」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스스로 저지른 6·25전쟁을 「휴전」으로 끝낸 지난날 김일성의 입장과 엇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 이라크가 이번에 내놓은 제안의 핵심은 쿠웨이트로부터의 철수요,그것을 아홉 가지의 꽃다발로 장식한 것일 수도 있다. 적어도 전쟁보다 타협을 주장하는 세계의 「비둘기파」들에겐 그렇게 보여질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지지하는 나라 가운데서도 소련·이란뿐만 아니라,프랑스도 엉거주춤한 양다리 걸치기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 제3의 집단들이 행동하기에 따라서는 이라크가 요구하는 팔레스타인문제 연계조건에 「중재자의 보증」을 담보로 후세인이 사실상의 백기를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나리오일 가능성이 크다. 그 키를 쥐고 있는 것은 후세인이다. 비극적인 유혈을 뜻하는 지상전까지 남은 시간은 결코 길지 않다. 후세인이 만약 다국적군의 전렬교란을 위한 「여론플레이」를 노리고 있다면 참극은 불가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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